판문점 선언 등 맹비난
여론과 동떨어진 막말에
홍 대표 지원유세 ‘손사래’
나홀로 선거운동 펼치며
지역주민들 표심에 호소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경남도당 필승결의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거리두기’에 나섰다.

통상 선거에 나선 정당 후보들은 당 대표가 격전지를 돌며 하는 지원사격을 바라게 돼 있지만, 홍 대표의 경우 오히려 내려오는 것이 부담이 된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는 홍 대표가 특유의 독설로 ‘막말 논란’을 빚은 데다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로 깎아내리며, 여론과 동떨어진 비난 일변도로 일관함에 따라 유권자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가 정치적 터전으로 삼기 위해 당협위원장을 맡은 대구지역에서도 중앙당 지원이 필요없다며 지원유세를 고사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의원은“대구지역에서 공천을 받은 한국당 후보들은 중앙당의 도움과 상관없이 우리 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홍 대표의 지원방문을 사양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경북지역 한 의원도 “지역 내 홍 대표의‘신중한 언행’을 주문하는 일부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홍 대표의 막말식 정부비판에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경남지사 후보인 김태호 전 지사는 아예 한국당 후보라는 사실을 적극 나타내지 않고 있다. 옷 색깔만 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 색으로 입을 뿐 한국당 로고와 당명조차 표기돼 있지 않은 점퍼를 입고 선거현장을 누비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대표의 ‘위장 평화쇼’발언에 대해 “너무 나갔다는 느낌”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당 텃밭인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지역을 벗어나면 홍 대표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더욱 거세다. 특히 수도권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국당 선거 슬로건을 다시 만들자”고 제안했다. 남 지사는 “한국당의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슬로건은 함의를 떠나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 지사는 이어 “지금 국민은 과연 보수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해 균형 잡힌 시대정신을 구현할 능력이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보수는 여기에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도 남북회담 평가를 놓고 홍 대표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유 후보의 경우 최근 당 지도부의 남북대화 비판론을 겨냥해 “국민의 목소리로 말하라”면서 사실상 홍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홍 대표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응해 후보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홍 대표는 또 이날 경남 창원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경남 지역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다시 한 번 가시 돋힌 발언을 쏟아냈다. 홍 대표는 “되지도 않은 북핵폐기를 다 된 것처럼 선동하고, 포악한 독재자가 한 번 웃었다고 신뢰도가 77%까지 올라간다”며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가 될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라는 말까지 했다. 이에 앞서 그는 부산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반발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도 그걸(남북회담 결과를) 부화뇌동해야 그 표가 우리한테 온다고 생각하느냐. 남북회담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당이 우리 밖에 더 있느냐”고 되물었다. 위장된 평화전략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정상회담을 긍정하는 방식이 효율적인 선거전략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홍 대표간 마찰이 불거지자 이같은 갈등이 지방선거 직후 책임론을 의식한 차기 당권싸움의 전초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