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대구·경북)지역에 불고 있는 기초단체장 선거판의 무소속 출마 바람이 심상치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6·13지방선거 판도를 뒤흔들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선거 때마다 공천불복에 따른 무소속 출마는 없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그 흐름이 복잡해 결과를 예단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인물 됨됨이를 놓고 겨룬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단순종다수’ 결정방식인 우리의 선거제도를 감안하면 민의와 동떨어진 왜곡된 선거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현직시장과 군수들이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권영세 안동시장, 이정백 상주시장, 이현준 예천군수, 임광원 울진군수, 최수일 울릉군수, 최양식 경주시장, 김문오 대구 달성군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 외에도 한국당 공천에 반발한 시장·군수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가 하면, 지지자들의 탈당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현직 군수를 지지하는 한국당 예천지역 당원 1천44명이 무더기로 탈당계를 냈다.

한국당에 복당하지 못한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도 무소속 신분으로 경주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때에 따라서는 한국당 공천에 탈락한 후보들이 무소속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선거와는 달리 TK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도 대부분 출마했고, 보수색채를 띠고 있는 바른미래당 소속 후보들까지 등장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할 경우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TK지역 내에서조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극단적 비판발언을 쏟아내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는 점도 한국당 후보들에게 악재가 될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을 탈당한 무소속 출마자들이 한국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보다 앞서거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의 텃밭인 TK에서 무소속 후보 등과 경합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TK지역의 기초단체장 선거는 후보난립의 형태를 나타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 표라도 많은 후보가 당선되는 선거다. 산술적으로 과반수는커녕 20~30%의 득표율로도 당선이 가능해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도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결과적으로 리더십의 위기와 함께 지역발전에 암운을 드리울 수도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전에 없이 피곤한 선거를 치르게 생겼다. 제대로 된 인물을 골라야 하는 부담감에다가 정당정치의 붕괴를 함께 걱정해야 하는 선거판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