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철 훈

바다에 가서

입을 씻는다 다시는

입을 열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눈을 씻는다 다시는

눈을 뜨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얼굴을 씻는다

내게 얼굴이 있다면

그것은 세상이어서 세상의 바다여서

치욕들이 살아온 시간만큼 가라앉고 있다

세상은 다물어지지 않고

감기지 않은 채로 또 하나의 얼굴을 열고 있다

수평선 너머로 창문 하나가 살풋 열리고 있다

우리 살아가는 세상을 바다에 비유하며 순결은 정신세계를 염원하고 있음을 시인은 본다. 혼탁하고 더러운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거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며 그동안 살아오면서 묻은 치욕과 더러움을 씻어내려는 시인의 깨끗한 지향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