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어김없이 찾아온 5월, 가정의 달.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 날과 스승의 날. 듣기만 해도 풋풋하고 따뜻한 느낌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이 날들을 기대하듯 정겹게 맞기에는 너무나 팍팍하고 답답한 현실이 그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또 하나, 이런 특별한 이름을 가진 날들이 다른 나라들에는 그리 흔하지 않다는 것. 그들은 또 왜 그러는 것일까. 그네들 사정을 들여다 볼 때, 우리보다 오히려 여유있고 넉넉한 사회 환경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 생각이 미치면 이런 우리의 날들이 차라리 걱정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여건 상 여유가 없으니 그 하루씩 만이라도 생각을 모아 보자는 의미였을까. 까닭이 어떠했든지, 우리에게 다가온 5월을 ‘가정의 달’로 뜻있게 맞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저 이름붙은 날로만 기억하고 지나기에는‘가족’이란 이름이 너무 소중하지 않은가. 일년에 한번 때우듯 떠나 보내기에 어린이와 어버이, 부부와 스승의 가치는 너무나 무겁지 않을까. 먼저, 어린이. ‘어린이는 우리의 미러라고 수없이 외쳐보지만, 우리가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긴 호흡과 깊은 생각을 모아본 적이 있었을까.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구호만 늘어놓고는, 조삼모사 교육정책으로 그들을 오히려 힘들게만 해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어린이들을 우리의 다음 세대로 기르기 위하여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을 모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둘째는 어버이. 부모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갈수록 옅어지는 세상에 어버이들께는 면목이 없다. 세대의 단절이 나날이 깊어만 가고 가풍은 옛날 이야기가 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뿌리를 찾아보고 내력을 알아보아 삶의 의미가 면면히 내려가는 흐름 속에 있었다는 걸 깨우쳐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에, 살아가는 일에 관하여 보다 진지해 지고 숙연해 지며 실수와 패착도 줄여갈 수 있지 않을까.

부부. 부부는 정말로 전생에 원수였을까. 갈수록 남처럼, 볼수록 타인이 되어가는 희한한 느낌을 어떻게 고쳐볼 수 있을까. 처음처럼 돌아가는 일은 끝내 불가능한 것일까. 우선, 표현과 소통이 절대로 부족하다. 아니, 없다. 사랑하고 미워하며 아끼고 돕겠다던 그 모든 느낌을 이제는 아예 나누지도 않다보니 함께 살아도 남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이제라도 나누고 표현하고 늘어놓고 대화하는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는 일을 일부러라도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스승. 하늘같던 스승이, 추상같던 무게가 하염없이 떨어져 가벼워진 오늘. 이제 가르치는 일의 의미도 몰라보게 바뀐 오늘, 우리는 어떤 선생님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일까. 스승들이 나서서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 하는 모습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일까. 바뀌어 가는 모든 일들 가운데, 학생들의 내일을 준비하며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직도 교실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어린이와 어버이, 그리고 아내와 남편이 소중한 만큼 선생님의 무게도 다시 새겨보는 5월이었으면 싶다.

가정의 달이 기대하는 만큼 따뜻하려면, 우리 모두가 옷깃을 여미듯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회복하여야 한다. 나만을 고집하기보단 서로 서 있는 자리를 존중하며 배려할 때 너른 가슴이 생겨나고 소통과 공감이 함께 있을 때에야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며, 비로소 이 달이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오월 한 달 내내, 격려와 칭찬으로 배려와 감사를 나누어 다른 달보단 행복의 웃음이 늘어나는 홈스위트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