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는 “역사적으로나 건축사적으로나 보존할 가치가 컸던 건축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로 탈바꿈한 것은 정말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성용 사진작가 제공

"너무 속이 상합니다. 왜 이렇게 역사성을 무시할까요?"

최근 기자와 함께 포항문화원 철거 현장을 찾은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의 말이다.

“왜 그렇게 속이 상하신건가요”라는 질문에 서 명예교수는 이같이 답했다.

“몇 년 전 구 포항역사 철거 당시, 포항의 눈물과 기쁨, 오랜 역사를 간직한 그 곳이 사라졌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폐철도 공원 조성 등 축소된 모형을 건립한다고 했지만 과연 그런 모형이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왜 포항시는 역사적인 건물들을, 그 역사를 무시하고 부수고 없애는 것일까요?”

서 교수는 포스텍 교수 재직 당시 해외대학 출장 등을 통해 세계 각국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느꼈던 점을 언급했다.

“파리나 런던, 바르셀로나 등 유럽의 오랜 도시들이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형성돼 있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유럽의 오랜 도시들뿐만 아니라 역사가 일천하다는 미국의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도 옛날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역사적 건물들이 관광자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치욕의 역사적 건물, 부서진 역사적 건물도 원형 그대로 보존해 후세에 교훈으로 삼고 있습니다.”

역사 건축물 보존 시민 운동의 첨병을 자청하고 나선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를 2일 만났다.

포항역·포항시청·청룡회관 등
긴 세월 시민들 애환 ‘고스란히’
도심 속 살아있는 장소로 복원
후손에 역사적 도시 모습 기대

△과거의 건축물을 보전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혹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과거는 미래의 발전을 위한 거울이 된다. 우선 과거는 과거의 역사라는 점에서 그것이 자랑이듯, 치욕이듯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과거를 안다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안다는 점에서 존재가치를 부여한다. 미래세대가 과거와 오늘의 우리를 알고 이해하도록 해 미래설계에 큰 가르침을 줄 수 있다.

△포항 상징 건축물 중 하나인 포항역사에 대한 아쉬움이 큰데

-포항역사가 가장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서구유럽 도시들이 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역사(驛舍)는 그 지역시민들이 외부를 드나드는 통로이며 온갖 애환을 담고 있다. 포항역사도 해병대 장병들은 물론 포스코 설립 당시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들이 오갔고, 포스텍 설립환영회도 포항역 앞에서 열렸기에 모든 시민들의 정과 추억이 깃든 곳이다.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

△복원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어떤 것을 더 꼽을 수 있나

-포항의 유물들을 모두 아는 건 아니지만, 구 청룡회관, 포항문화원, 포항시청 건물들이 역사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포항시청이 일제 때 건립된 건물이라면 역사를 되새기는 건물로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 구룡포 일본인거리는 보존돼 역사를 기리고 관광객을 모으는 장소가 되고 있는데, 왜 포항시청 건물을 철거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이든 역사성이 있고 시민의 애환이 깃든 건물은 보존돼야 한다.

△서울 등 타지역의 사례를 보면, 도시속에 위치한 건축문화유산이 제 기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문화유산은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후세 사람의 활용도에 달려 있다. 그냥 방치하면 관심밖이 되겠지만 활용과 홍보를 통해 더 큰 관심을 모을 수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경주 관광의 핵심으로 홍보돼 있다. 마찬가지로 포항역과 포항시청을 복구하고 포항관광의 핵심으로 홍보하고 그 건물안에 역사성 높은 전시물을 가져다 놓고 다양한 역사성이 깃든 행사를 기획해 볼 수 있다.

△포항 상징 건축물을 복원·재생 등 적극적 활용을 통한 활성화 방안이 있나

-도시와 사람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하는 소프트웨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담는 그릇인 낡은 하드웨어도 동시적으로 조금씩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에서는 역사 건축물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방법에 대해 선진사례를 중심으로 유형별로 분석해보고 이를 토대로 도심지에 위치한 역사 건축물이 역사성과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들어설 기능과 조화를 이루고 결과적으로 도심속 살아있는 장소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포항시와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포항시는 역사성이 있는 유산들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반드시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철거”“보존”의 양분의 논리에 앞서 “보존의 의미”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반드시 광범위하게 공개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시민들께는 현재 포항에 유럽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역사적 유물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좀더 우리를 찾는 도시로 가꿔 나가는데 모두 동참하고 한마음이 되자고 호소하고 싶다. 과거를 잊는 자는 미래도 없다. 향후 전문가와 시민들을 포함하는 ‘역사유물 보존및 회복 시민위원회’(Cizens Committee for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of Cultural Heritage) 같은 것을 만들어 포항이 역사를 되찾는 그런 도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 프로필

-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산업공학 석사
-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경영학 박사
- 미국 테네시공대, 오클라호마주립대 교수
- 포스텍 최고경영자 과정 주임 교수
-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포스텍 대외협력 총장특보
- 포스텍 국제화·대학평가 위원장
- 영국 더타임즈 대학평가위원
- 한국 대학랭킹 포럼 대표
- 포항시 도시계획 위원회 위원
- 포항시 국제화 민간협의회 위원
- 현 포스텍 명예교수 및 DGIST 총장 특보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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