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의 국회비준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범진보정당은 조속한 국회비준을 주장하는 반면, 자유한국당 등은 어림없다며 반발이다. 발 빠른 국회비준으로 북미대화 성공의 동력을 보태고자 하는 쪽과 철저히 소외당한 야당의 자존심 사이의 충돌 사태다. 구체성도 효력도 희박한 선언의 국회비준을 서두르는 것도, 이를 두고 마구 싸우는 것도 다 꼴불견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정한 국회의 체결·비준·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법률적 절차임을 명심해 달라. 국회 동의 여부가 또다시 새로운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이날 “이제 (남북정상회담이)정치적 협의를 넘어서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이 불가역적이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제반 제도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과 전면적 남북협력에 대비한 법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상 북한의 지위를 거론하며 “국가 간의 약속만이 비준의 대상”이라면서 “남북 간의 정치적 선언이 비준 받은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선언은 대통령이 사인해서 비준하고 이제 와서 국회에 비준 동의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동의도 안 받고 비준 선언을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이 시점에서 판문점 회담 만찬장이 자꾸 떠오른다. 문 대통령은 비판적인 야당은 쏙 빼놓고 여당지도부와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만 초청했다. 물론 극단적인 반대를 외치는 보수야당을 초청하는 일이 소용없는 일일 수는 있다.

그렇다면 여당 지도부도 초청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희희낙락 속 좁은 짓을 다해놓고 뒤늦게 박수를 쳐달라고 조르는 꼴이 됐다.

북한 비핵화 여부가 실질화하는 미·북 대화 이후 평화협정을 놓고 국회비준 동의를 추진하면 될 일이라는 법률 전문가들의 중론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국회비준 이슈로 여야가 충돌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문제를 놓고 우리끼리 극단적으로 맞서는 행태야말로 백해무익하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신중한 모습으로, 성급하지도 다투지도 않는 성숙한 국회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