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운영된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지난달 29일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담당할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 7명(위원장 포함)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핵심 개혁과제인 대입제도 개편이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지 주목된다. 정부의 접근방식에 기대와 함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은 100가지가 넘는 조합이 가능해 오히려 논란의 판도라상자가 됐다. 차관이 각 대학에 전화를 거는 희한한 방식의 행태가 집중공격을 받자 교육부는 뒤늦게 폭탄돌리기를 시작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아예 숨어버렸다. 바통을 넘겨받은 국가교육회의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안을 제시했지만, 학생·학부모·교사들의 혼란은 증폭되고 있다.

현재의 대학입시제도는 많은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과도한 사교육, 황폐해진 공교육, 무너진 교권, 맹목적인 대학진학, 무한 스펙 쌓기, 청년 실업, 연예·결혼·출산 포기 등 시쳇말로 ‘헬 조선’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소리마저 비등한다. 정권이 바뀔 적마다 주물러 터트려온 교육정책은 누더기 중에도 누더기다. 14차례나 엎었다가 잦혔다가 한 교육정책은 번번이 아이들을 영락없는 실험실의 청개구리로 만들어 왔다. 대학 관계자와 입시 전문가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은 신뢰성과 공정성의 하락과 전형의 복잡성, 너무 적은 재도전 기회 등에 집중된다. 아울러 고교교육 정상화에 저해될 뿐만 아니라 미래인재 양성에도 부적합하다는 문제점도 운위된다. 특히 내신 성적, 학생부기록, 교내외활동,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출신고교 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입시의 신뢰성·공정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교육회의가 굳이 ‘김영란법’의 주인공을 위원장에 위촉한 것은 우리 사회의 신뢰수준을 감안해 공정하고 중립적인 공론화 과정을 담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나머지 위원 6명도 정치색을 배제하고 모두 조사통계 등 여론수렴에 정통하거나 갈등관리를 전공한 소통 전문가로 꾸려졌다.

교육정책 개혁에 접근하는 방식의 일대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새로운 시도가 현 대입제도의 온갖 부정적 요인들을 일소할 획기적인 물꼬를 터주기를 기대한다. 시종일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상의 설계도를 만들 지혜에 골몰하기를 바란다. 또 다시 정권의 철학과 이념에 부역하는 외눈박이 교육정책으로 경도되지 않을까 하는 일각의 우려를 절대로 허투루 여기지 말기를 신신당부한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백년대계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