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12시간 회담
통일 위한 판문점 선언
남북미중 정상회담 추진
개성에 연락사무소 설치
文 대통령, 가을 평양 방문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소떼 길 인근에서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양측 수행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리수용,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영훈 경호처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 11년 만에 12시간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 13개항에 이르는 선언문에 합의했다.

◇ 비핵화 등 ‘판문점 선언’ 합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올해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공동목표로 확인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정례화에도 합의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 개성에 남북공동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다음 달부터 군사분계선(MDL)에서 상호 적대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확성기방송·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며 그 수단을 철폐해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상호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 군축을 실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 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남북적십자회담을 열어 이산가족·친척 상봉 등 제반 문제를 협의·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먼저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에 나설 계획이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 양측간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를 지체 없이 협의·해결하기 위해 국방장관 회담을 비롯한 군사 당국자회담을 개최하며, 다음 달 중 먼저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했다.

◇ 두 정상, 회담 내내 친밀감 표현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9시 28분 판문점 북측 지역의 판문각 현관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앞에 먼저 나와 서 있다가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문 대통령이“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문 대통령 손을 이끌어 함께 북쪽 땅을 밟은 순간은 이날의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기록됐다. 북측 사진기자 1명이 군사분계선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두 정상을 촬영하다가 눈물을 연신 닦는 모습이 남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 방남한 김 위원장은 접경지역인 대성동 초등학생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서 문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공식 환영식장으로 향했다. 두 정상은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사이 판문점 광장에서 국군 의장대를 사열했다.우리 군악대는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과 ‘신아리랑 행진곡’ 등을 연주하며 김 위원장에게 국빈급 예를 갖췄다.

문 대통령과 평화의집으로 도보 이동한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어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두 정상은 오전 10시 15분부터 11시 55분까지 100분 동안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진행된 확대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오전 회담을 마치고 평화의집 현관에서 벤츠 리무진 전용 차량에 탑승, 북측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지역으로 돌아갔다.

◇ 기념식수·도보다리 단독회담

오후에 예정돼 있던 두 정상의 공동 기념식수 행사는 예상보다 2시간여 늦은 오후 4시 30분께 진행됐다. 차량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다시 남쪽 땅을 밟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함께 ‘소떼 길’에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심은 소떼 길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소 1천1마리를 끌고 고향으로 방북했던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T3) 옆 잔디밭 길이었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흙과 대동강 물을, 김 위원장은 한라산 흙과 한강 물을 나무 뿌리 부근에 뿌리고 박수를 쳤다. 이어진 ‘도보다리’ 산책은 이번 회담의 하이라이트였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당시 체코, 폴란드, 스위스, 스웨덴)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건설한 다리다. 식수 행사를 마친 두 정상은 도보다리를 나란히 걸어 다리 끝에 있는 101번째 군사분계선 표식물을 함께 살펴보고, 표식물 근처 벤치에 수행원 없이 단 둘이 앉았다. 두 정상은 원형 탁자를 가운데 두고 불과 1m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로 마주앉은 채 오후 4시42분부터 5시12분까지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멀리서 촬영한 생중계 카메라에는 요란한 새 소리만 담겼다.

◇ 두 정상 손 잡고 ‘회담 성공’ 자축

오후 5시 12분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도보다리에서 나와 다시 평화의집으로 향했다. 이어 각 실무진으로부터 문구를 조정한 합의문 내용을 보고받았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5시40분 평화의집에서 역사적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이어 평화의집 현관 밖으로 함께 나와 판문점 선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평화의집 3층 연회장에서의 환영 만찬은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합류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만찬 후 평화의집앞에서 열린 환송행사를 관람한 김 위원장은 올 가을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기약하며 오후 9시28분 문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북쪽 땅으로 돌아갔다. /김진호기자

 

    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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