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승 원

참새도 까치도 해바라기도 벼들도 들깻잎들도

하늘도 바람도 구름도 해도 달도 별도 바다도 섬도 파도도

노을도 안개도

모두들 춤을 춰라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라

아지랑이의 미립자 같은 정령들이

옆구리를 질벅거리면서

사랑도 미움도 춤이고 춤은

우주의 율동이라고

소리쳐대니까

바람 불면 춤을 춘다

전축 귀청 터지도록 틀어놓고

징 치고 꽹과리 치고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사랑도 미움도 춤이고, 춤은 우주의 율동이라는 표현에 시인의 세계관,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 소리치며 춤을 추는 삼라만상에 징, 꽹과리, 전축이라는 문명의 요소를 섞어 넣으며 춤을 춘다는 것은 신명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님을 느끼게 한다. 생의 힘겨움과 서러움 같은 애환들을 소리 내고 춤추며 훌훌 날려 보내 버리고 싶은 시인의 염원이 담겨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