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원수필가
▲ 박창원수필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기초의원 공천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다수의 탈락자들이 반발하면서 여기저기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떤 선거든 공천이 끝나고 나면 잡음과 반발은 있기 마련이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공천을 이런 식으로 하나 하는 탄식이 나온다.

반발의 이유인즉 불공정한 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에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여론조사 결과가 다른 후보보다 좋은데도, 정당기여도라는 애매한 잣대를 더 중시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지지율과는 상관없이 공천권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공천했고, 거기에 자신이 희생됐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탈락자의 변이라지만, 우리를 걱정스럽게 하는 구석이 들여다보인다. 공천기준을 정당기여도 우선으로 했다면 여론조사는 왜 했을까? ‘구색 맞추기’용? 혹 어차피 자기네들 텃밭이고, 누굴 내세워도 당선될 터이니 이왕이면 충성도가 높은 사람을 공천하겠다는 발상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8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2010년 3월, 지방선거를 두어 달 앞두고 필자가 재직하고 있던 학교에서 면민체육대회가 열렸다. 면민체육대회에는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시장, 해당 선거구 출신 시·도의원 두어 명이 참석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날은 포항시의원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하여 적잖이 의아스러웠다. 나중에 국회의원이 행사장에 들어서고, 시의원들이 국회의원과 한 마디라도 얘기를 나누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국회의원이 지역구 행사에 참석한다는데, 감히 나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의 폐단이 낳은 씁쓸한 단면이다.

이런 폐단이 일자 2014년 지방선거 후 전국의 기초단체장들이 강원 평창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회의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대선공약에 대한 입법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들은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당 공천 때문에 주민선택권 왜곡,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 공천에 따른 비리와 잡음 등 역기능이 발생해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공천제 폐지에 대한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나선 것은 여야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약속했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가 최근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공천 폐지에 대한 당론 채택을 미루고 있던 당시의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은근히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고, 공천 폐지를 이미 당론으로 정한 제1야당인 민주당 역시 내부의 반발 기류가 커지면서 진행 속도를 못 내고 있었다.

왜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반대할까?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면 후보가 난립하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검증 장치마저 사라지고, 이름과 경력만 보고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눈엔 이런 이유가 구차해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내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다시 말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방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 한 사람 국회의원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재와 같은 공천 방식은 그 폐해가 심각하다. 이거야말로 적폐다.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에 예속된 지금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에 대해 모두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정당에서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든지…. 그렇지도 않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 위주로 공천하는 구태를 이어간다면 그런 정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