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율.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어떤 장르, 어떤 역할이든 잘 스며드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권율(36)은 이미지를 한마디로 딱 규정하기 어렵다. 영화 ‘명량’(2014)에서 이순신의 아들 이회 역으로 주목받은 그는 주로 선한 역할을 맡다가 지난해 SBS 드라마 ‘귓속말’에서 악역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에는 능글능글하면서도 까불까불 한 코믹 연기다.

권율은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 ‘챔피언’(김용완 감독)에서 스포츠 에이전트진기 역을 맡았다. 임기응변에 강하고 잔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인물이다. 미국에서 알게 된 팔씨름 선수 마크(마동석 분)를 한국으로 데려와 돈벌이에 이용하려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권율은 “팔씨름이라는 소재가 신선하고 생소하게 다가오면서도 궁금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제가 맡은 진기 캐릭터는 가벼우면서도, 감정의 진동추가 가장 크게 흔들리는 인물이어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권율은 마동석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극을 이끈다. 마동석이 주로 몸개그를 선보였다면, 권율은 랩처럼 빠른 속사포 대사를 담당했다. 그는 실제로 tvN ‘고등래퍼2’를 즐겨본다고 했다.

“저는 학창시절에 까불기 좋아하고, 학예회나 수학여행 때 장기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외향적이었죠. 그래서 이번 역할도 잘할 줄 알았는데, 연기는제 본연의 모습과 다르게 보여야 할 부분이 있어서 오히려 힘들었습니다.”

영화는 미국에 입양된 마크가 한국에 와서 가족을 만나는 내용이 한 축이라면, 그런 마크를 보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진기의 이야기가 또 다른 축을 이룬다.

권율은 “진기라는 인물은 약간의 허세와 돈에 대한 콤플렉스, 트라우마와 열망으로 가득 찬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진기는 마크를 불법 스포츠 도박에 끌어들여 한탕을 노리는가 하면, 상대편에게 매수당해 승부를 조작하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마크의 진심 앞에서 번번이 무산된다.

권율은 영화 ‘비스티 보이즈’(2008) 이후 마동석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마동석 선배는 보통 사람들과 힘의 원천이 다른 것 같아요. 복싱도 오랫동안 하셨죠. 몇 년 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중국 촬영 때 중국 무술팀을 포함한 모든 스태프와 배우를 대상으로 한 팔씨름 대회가 열렸는데, 마동석 선배가 우승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습니다. 하하.”

데뷔 11년 차인 권율은 서두르지 않으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연기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가 연기한 작품을 다시 보면 날카롭고 빠른 직구만 던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속도는 좀 늦더라도 커브를 던졌더라면 더 달라질 수 있는데 말이죠. 그때는 패전투수가 될까 봐 감독의 ‘작전지시’(연기 주문)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죠. 앞으로는 생각을 바꿔 그런 부분을 더 많이 열어두고 연기하고 싶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