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선거중립’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무원이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민주주의를 엉망으로 만든 뼈아픈 사례는 우리 역사에도 있다.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SNS 등을 이용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 등을 홍보한 지방공무원 5명을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성의 보루여야 할 공무원들이 정치놀음에 휘둘리는 일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그래야 지역과 나라가 제대로 간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되거나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또 공무원은 선거구민에게 교육 기타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특정 후보자의 업적 홍보를 할 수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계획 및 추진실적, 활동 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분기별로 1종 1회를 초과해 발행·배부할 수 없다.

경북선관위에 따르면, 이번에 고발된 공무원들은 지난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 등에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 120여 건을 작성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계획과 추진실적 등 310여건을 게시해, 공무원과 일반 선거구민들로 구성된 210여 개의 하부밴드에 게시 및 공유하게 했다.

선관위는 이 과정을 통해 전체 밴드에 게시 및 공유된 자치단체와 자치단체장의 업적 7천400여 건을 홍보했고, 5천200여 건의 사업계획을 전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방공무원 A씨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시장선거 여론조사 실시 예정상황과 여론조사 결과를 다른 공무원들에게 발송하거나, 공무원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채팅방에 게시·공유하기도 했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공무원이 선거구민에게 후보자 또는 입후보예정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중대선거범죄에 해당한다”며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공직자는 여전히 정치권력 앞에선 ‘흔들리는 갈대’ 신세다. 지방선거 때마다 공무원들의 특정후보에 대한 줄서기는 번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줄서기 행태의 근본 원인은 선출직 공무원인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해 공무원들이 무한히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전문직업인으로서 공무원의 신분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치가 매우 허술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정치 공무원과 일반직 공무원을 확실하게 구별해서 임명한다. 그리고 업무 집행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묻는다. 공무원의 정치적 일탈행위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 공무원이 정권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는 나라일수록 국정이 안정된 선진국이다. 풀뿌리민주주의 완성을 위해서 지방정권이 아무리 교체돼도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공무원사회가 구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