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인근의 지열발전소와 관련이 크다는 연구발표가 나와 포항시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 문제는 포항지진 발생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이번처럼 연구 논문에 발표되기는 처음이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와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교수진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 주입(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 논문은 발표를 통해 연관성의 근거로 “지난해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의 전진과 본진의 발생 위치가 물 주입을 위해 만든 시추공의 위치와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또 2016년∼2017년 물 주입이 있을 때 규모 2.0이상 지진이 자주 발생한 것과 시추완공 전인 2012∼2015년에는 이 지역에서 규모 2.0이상의 지진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은 점도 연관성 근거로 제시했다.

스위스와 독일의 연구팀도 같은 날 발표를 통해 포항지진은 본진과 46회의 여진이 지열발전소 반경 2km 이내에서 일어난 점 등을 이유로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 문제를 제기했다.

지열발전소는 주입정으로 물을 집어넣어 땅속 지열로 물이 데워지면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고려대 이 교수는 방송에 출연해 “외국의 경우 주로 화산지대 부근에서만 지열발전소를 개발한다”고 말하고 “우리나라처럼 땅속 깊이까지 내려가지 않고 수십, 수백m만 뚫어도 지열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포항지열발전소는 주변 온도가 낮아 땅속 4km이상을 뚫어야 해당온도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라며 “지진과의 연관성을 우연으로 보기 곤란하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박명재 국회의원은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에 대한 명확한 사실규명과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진발생으로 인한 피해 복구에 대한 정부의 전면적 보상도 요구했다. 포항시도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대책회의에서는 범시민대책위 구성과 정부의 자료공개 요청, 법적대응, 궐기대회 등 강력한 대응 방법 등이 논의됐다고 한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 문제가 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사실 가능성을 높이는 지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포항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하루 바삐 정부의 명쾌한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한다. 정부도 연관성 분석을 위한 연구단을 출범시켰으나 포항시민이 1년의 정밀 연구기간을 무턱대고 기다릴 순 없다. 포항지진과 관련, 그동안 정부의 사후조치가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마당이다. 정부의 성의 있고 신뢰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