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에 갔다 다시 남측지역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분단의 고통이 짓누르는 세계 유일의 냉전 지대 한반도의 남북 경계선인 판문점(板門店)이 열렸다.

65년 전 한반도를 둘로 가른 정전협정 체제를 상징하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은 항구적 비핵화와 평화로 나아가는 대전환이라는 역사적 과제에 마주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에 나섰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나 악수를 한 뒤 공식환영식을 거쳐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반갑습니다”를 반복하면서 “마음의 설렘이 그치지 않는다”라며 “대통령이 이렇게 판문점 (군사)분계선까지 나와 맞이해준 것에 대해 정말 감동적”이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여기까지 온 것은 김 위원장의 아주 큰 용단이었다.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MDL에서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MDL 북쪽으로 10초 가량 넘어서기도 했다.

2000년과 2007년에 이은 역사상 세 번째 회담에서 두 정상은 확대·단독 정상회담을 거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 모색에 진력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15분부터 시작한 회담 모두발언에서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합의에 이르러서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의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10년간 못다 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며 “국민과 또 전 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우리 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평화와 번영, 북남관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 그런 순간에서,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이라며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는 결과보다는 미래를 보며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가는 계기가 되자”고 밝혔다.

그는 “정말 수시로 만나서 걸리는 문제를 풀어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 나가면 우리가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좋게 나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향한 출발선인 회담은 그 성과에 따라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지정학, 나아가 판문점 체제로 불릴 수 있는 낡은 한반도 냉전 구조를 통째로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담을 마친 뒤 각자 오찬을 하고서 MDL 주변에 소나무를 심는 식수 행사를 하고 함께 산책하며 담소하는 모습도 연출한다.

이어 오후에도 확대 및 단독회담을 잇달아 열고 ‘판문점 선언문’을 최종 조율한다. 두 정상이 회담장인 평화의 집 앞에서 함께 합의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회담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이 베푸는 환송만찬에 참석하고서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 영상도 감상한다.

문 대통령은 ‘북미관계 개선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도 없다’는 확고한 인식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수준 높은 합의를 끌어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고 이를 다시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결하는 선순환적 구도를 만들 방침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정상회담 전 마지막 공식 브리핑에서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나아가 이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함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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