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에 즈음해
북핵 폐기 전환점 구축
어느때보다 특별한 의미
북 ‘진정성’ 여부가 초점
터무니없는 낙관 경계를

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날이 밝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늘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집에서 만난다. 지난 2007년 10월 이후 11년 만에 남북정상이 만나는 기회이자, 분단 이래로 역대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동시에 입장해 2018년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2천18㎜ 타원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는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지난 정상회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더욱이 5월 말~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매우 특별하다. 2000년 6월 평양에서 개최된 첫 남북정상회담은 개최사실 자체만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보다는 한반도 긴장완화 등 남북 간 신뢰구축에 더 무게가 실렸었다.

그러나 이번 3차 회담은 그동안 북한이 끈질기게 개발해온 핵을 폐기하는 극적 전환점 구축이라는 중차대한 과제가 핵심의제로 떠올라 있다. 과거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회담인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남쪽 땅으로 내려오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작은 시설물 하나하나에 귀한 뜻을 담기 위해 애를 썼다는 후문이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남북한은 청와대와 북한 노동당 국무청사 간 핫라인을 개설했다. 북한은 핵 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을 자제하기로 결정하고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북한은 또 정례적인 예전수준의 한미연합훈련을 이해한다고 언급했고, 남한도 휴전선 대북방송을 전면 중단하는 등 해빙무드 조성을 위한 괄목할 만한 조치들을 시행했다.

회담에서는 비핵화로 가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남북 간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의 평화협정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하는 것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게 큰 그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어떤 화려한 이벤트도 북한의 모든 핵에 대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 돌입이라는 실제적 변화가 아니고는 아무 소용이 없다. ICBM 실험중단 같이 한반도 평화에 직접 관련이 없는 조치가 불러오는 ‘평화무드’ 환각에 현혹되어 터무니없는 낙관의 늪에 빠져서는 안 된다.

회담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북한의 ‘진정성’ 여부다. 그동안 숱하게 경험해왔던 것처럼 그들이 야욕을 교묘히 감추고 위장평화 전술을 펼치는 경우를 방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오늘날 이 모든 평화공세가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시간벌기로 악용되지 않도록 모든 합의의 이행속도와 검증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뜨거운 만남을 성원한다. 그러나 차가운 이성과 진중한 신뢰감으로 무장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여 진정성 가득 담긴 결과를 도출해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온 겨레의 70여년 한 맺힌 남북분단의 아픔을 씻어내고 영구적 평화를 담보할 기적 같은 낭보를 고대한다.

/안재휘논설위원

ajh-777@kbmaei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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