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VID 합의 위한 패 읽기
中, “주연, 우리” 역할론 띄워
日, 추락 정권 되살릴 ‘동아줄’
러 “한반도 논의 6자 회담서”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종전까지 거론되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27일 열린다. 이를 바라보는 주변 4강은 겉으로는 평화를 위한 정상회담이라며 ‘적극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이면으로는 저마다 ‘명분’과 ‘실속’을 챙기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정상회담 의제가 상당히 겹치는 부분을 고려하면 남북 정상간 어떤 수준의 합의가 도출되느냐가 북미정상회담 분위기는 물론,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즉,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과 그 운반체인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을 확실히 폐기하겠다는 것. 특히 트럼프는 ‘한반도의 난제를 풀 유일한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남북정상회담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과거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핵 협상을 주도해온 중국으로서는 남북, 북미 정상이 직접 대화를 통해 비핵화는 물론이고 평화체제까지 논의하자 개입할 명분을 찾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논의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주도권을 고스란히 미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 보인다. 최근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에 시달리며 외교적 소외감을 느껴온 중국은 의장국으로서 주도하는 6자회담 체제를 복원시키며 한반도 평화 논의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도 중국만큼이나 초조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정세를 둘러싼 움직임이 가속하는 가운데 한일, 한미일 사이에서 밀접하게 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미국과의 긴밀한 3각 공조를 이루며 대박 압박을 주도해온 일본으로서는 정세 흐름이 대화 쪽으로 급선회하자 ‘왕따’를 탈피하고자 한반도 평화 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국내 중요 정치현안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 잇따른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정치생명마저 위협받는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6자회담 당사국으로서 동북아 평화체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중국처럼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해 7월 한반도 사태의 평화적·단계적 해결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제시하고 관련국들에 이행을 촉구해온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논의를 러·중 로드맵으로 끌어들여 6자회담으로 확대, 러시아도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명분을 챙겨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달 초 러시아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동북아 안보 문제 논의 등은 바로 6자회담 틀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