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광고의 목적은 상품의 특징을 어떻게 잘 드러내서 주목도를 높이느냐에 있다. 글이나 그림, 사진, 소리 등은 이 같은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사용하는 재료다. 기업이나 단체, 개인이 사용하는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도 비슷하다. 타깃으로 하는 사람의 행동을 자극할 수 있어야 성공적이다. 사람은 늘 논리적 판단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때로는 감정이나 정서에 의해 움직이는 일도 많다. 광고 때 사용되는 그림, 음악 등은 이를 자극하는 충족적 요소다.

정치에 있어 제대로 된 슬로건 하나는 수많은 공약보다 투표율에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정치인이 유권자를 향해 던지는 슬로건은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생각과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슬로건은 이해가 쉽고, 표현은 단순하며,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가야 한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예스, 위 캔(Yes, We Can)’이란 슬로건을 사용했다. 미국의 변화와 희망을 담은 메시지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후보이면서도 거부감 없이 미국인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절제되고 적확한 느낌의 슬로건을 전달한 때문이라 본다. 두산그룹 이미지 광고로 “사람이 미래다”고 한 광고카피가 있다. 광고로서 평가도 좋았다. 그러나 광고의 내용에 부합하는 기업의 실행력이 뒤따르지 못해 이미지가 구겨진 일이 있다. 기업이 내건 슬로건과 기업의 정책은 상호일치 될 때 광고로서 가치도 살아난다. 문재인 대통령도 슬로건처럼 쓰는 구호가 있다. “사람이 먼저다”다. 문 대통령은 구호에 맞는 철학과 소신을 몸소 실천할 수 있어야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슬로건은 언행이 일치될 때 비로소 빛이 날 수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고 발표했다. 문 정부 정책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경계한 슬로건이다. 한국당이 내건 슬로건이 지방선거에서 얼마나 먹혀들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결과는 슬로건을 선택한 한국당의 몫이 될뿐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