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 지진 직격탄 흥해초 학생들 ‘임시교실 생활기’
인근 학교서 분산수업 받다 임시교사동서 새롭게 수업
“돌아온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 찾아” 지진 아픔 극복

▲ 25일 흥해초등학교 6학년 1반에서 담임 선생님의 지도 아래 역사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지진의 아픔도 이젠 문제 없어요.”

25일 포항 흥해초등학교 임시교사동은 5, 6학년 학생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포항지역에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인한 상처는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본관, 후관, 서관, 백년관 등 건물 4동을 보유한 흥해초는 지진 발생당시 직격탄을 맞으며 임시폐쇄 조치됐다. 궁여지책으로 학생들은 남산초등학교와 달전초등학교에 분산배치됐고, 학생들은 임시컨테이너 조성이 완료된 지난 2월까지 원래 다니던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현재 식당동인 백년관을 제외하고 피해가 컸던 교사동 3동 중에서 본관과 후관은 철거가 완료됐거나 철거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서관은 복구공사를 통해 1∼4학년 학생들이, 새로 마련한 1천182㎡규모 컨테이너인 임시교사동은 5∼6학년 학생들이 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임시교사동은 어린 학생들의 경쾌한 발디딤 소리가 곳곳에 들렸다.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친구들과 장난을 치거나 “쌤(선생님)!”을 외치며 뛰어가는 등 여느 학교의 학생들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이 진행되기 시작한 6학년 교실에 들어가보니 역사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조선시대 말 구식군인들이 푸대접을 받은 상황에 대해 담임 교사가 “여러분들은 월급을 안 받고 얼마나 버틸 수 있나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이틀”, “1주일”, “2달”등 다양한 답변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해맑은 모습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불과 5개월 전 발생했던 지진의 아픔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순정(13·여) 학생은 지진당시를 회상하며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면서도 “새로운 임시교사동은 컨테이너 건물이지만 쉽게 무너져내리지 않고 1층이라 대피도 쉬워 보여 오히려 학교 생활이 더 안정된다”고 말했다.

정지현(58) 교감은 “아이들이 다른학교로 분산돼 수업을 받다가 임시교사동으로 오게 됐는데 오히려 원래 수업받던 곳으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됐다”며 “지진이 발생한 이후인 지난 3월 이 학교에 새롭게 부임하게 됐는데 지진을 슬기롭게 극복한 학생들을 보니 이 곳에 지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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