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오는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때 즐길 만찬 메뉴가 복잡미묘한 정치적 함의를 담고있어 화제다.

남북 정상회담 당일 만찬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 뜻을 담아 준비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찬 메뉴는 역사적 인물의 고향 식재료를 사용한 것, 양 정상을 상징하는 것, 남북 교류를 상징하는 것 3가지 콘셉트로 구성됐다. 우선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음식으로는 김대중 대통령 고향인 전남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 등을 가공한 민어 해삼 편수, 노무현 대통령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 농법으로 수확한 쌀로 지은 밥이 오른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 데 착안해 충남 서산 한우를 이용한 숯불구이, 그리고 작곡가 윤이상씨 고향인 경남 남해에서 난 문어 냉채도 곁들여 진다. 양 정상을 상징하는 음식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년 시절을 보낸 부산의 대표 음식 달고기 구이와 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한 것을 고려해 스위스 감자요리‘뢰스티’를 우리식으로 조리한 감자전도 올라온다. 정상회담 만찬의 주요리는 남북교류를 상징하는 음식인 ‘평양 옥류관 냉면’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북측에 전달됐고, 북측은 흔쾌히 수락했다. 북측은 신선한 옥류관 냉면을 위해 제면기를 판문점 통일각에 설치, 통일각에서 뽑은 냉면을 만찬장인 남측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바로 배달할 수 있도록 했다. 1·2차 남북정상회담의 메뉴에는 모두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 포함됐다. 2018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에도 비무장지대 산나물로 만든 비빔밥과 쑥국이 오른다. 만찬주로는 면천 두견주와 문배술이 선정됐다. 면천 두견주는 진달래 꽃잎과 찹쌀로 담근 향이 짙은 술이다. 문배술은 고려시대 이후 1천년의 맥을 이어온 술로서 중요무형문화재다. 문배술의 고향은 평안도이지만 남한의 명주로 정평이 났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남북정상회담 첫날 만찬에서 엿보이는 만찬의 정치학은 우리 민족의 여망을 다시한번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