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경선 초반엔 과열
공천 거치며 분위기 시들
경북지사·대구시장 후보
의정·현역 복귀가 ‘한몫’
무소속行 이곳 저곳 난립
공당 공신력 커다란 흠집

6·13 지방선거가 50여일 남은 가운데 지방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시들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대구·경북(TK)지역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뚜렷하다.

그동안 경선으로 인한 후보들 간 SNS 등 치열한 선거운동 때문에 분위기가 다소 과열되는가 싶더니 경선이 끝나자마자 선거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이다. <관련기사 3, 4면>

이는 자유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로 뽑힌 경북도지사 후보 이철우(김천) 의원과 대구시장후보 권영진 현 대구시장이 경선이 끝난 뒤 곧바로 현직에 복귀해버렸기 때문이다.

권 시장은 “중차대한 책무를 가진 시장이 단 하루도 시정공백을 낼 수 없어 바로 복귀했다”며 “오는 5월 20일쯤 본선 준비에 나설 때까지 시정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권 시장이 현직에 복귀함에 따라 예비후보 신분을 잃고 선거사무소도 잠정 중단됐다.

이 의원도 경주에 경선사무소를 꾸렸으나 경선이 끝난 뒤 사무소를 잠정폐쇄한 상태다. 이들 후보로서는 나름의 명분과 이유가 있겠지만 선거를 앞두고 의정활동에 복귀한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태도에 대해 일부 지역민들은 “광역단체장으로서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수렴하며, 지지를 호소해야 할 후보들이 높은 정당 지지율에 기대고 오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더구나 드루킹 등 여당에 악재가 터졌지만 중앙당에서만 천막 농성을 할 뿐 TK지역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어 조용하다. 한국당이 이미 지방선거 공천을 대부분 마무리함에 따라 선거운동을 하며 정권 심판론에 목청을 높여야 할 후보들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한국당 공천에 불만을 품고 재심 신청 및 한국당 심판론을 외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당이 공천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역여당격인 자유한국당 공천에 대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 동구청장 공천의 경우 한국당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결정을 네 차례나 번복하며 공당으로서의 공신력에 커다란 흠집을 냈다. 권기일 예비후보 단수추천에서 경선으로, 다시 대상을 바꾼 단수추천에서 경선으로 오락가락 결정이 번복되는 촌극을 연출했다.

경북지역 공천 역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청송군수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심상박 예비후보가 23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황광구·우병윤 예비후보 등은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사항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여론조사 경선 참여를 거부했다. 여기에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단체장인 권영세 안동시장, 이현준 예천군수, 임광원 울진군수, 최수일 울릉군수 4명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최양식 경주시장도 조만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한국당 경북도당의 경북도의원 후보군에 대한 공천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공천탈락자들의 반발은 계속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장두욱 현 경북도의원은 도의원 제3선거구에서 이칠구 전 포항시의회 의장이 단수 추천되자 곧바로 재심을 청구했고, 한승훈 전 포항시의원 역시 김희수 현 도의원이 단수 추천되면서 이의를 제기하는 등 기초단체장 뿐만 아니라 광역의원, 기초의원까지 공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공천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탈락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후보들끼리는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자는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어 6월 지방선거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6·13 지방선거를 끌고가려는 한국당의 희망 대신 공천 탈락자들의 무더기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고 있는 TK지역에서 부는 한국당 심판론이 어느 정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이에 대응할 당 지도부의 전략전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