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주주가 외풍 차단
공기업 민영화란 태생 비슷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KT&G의 회장 선출방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란 태생은 비슷하지만, CEO의 선출이나 외풍차단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포스코와 KT&G는 닮은 점이 많다.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공기업 같고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점도 똑같다. 하지만 포스코는 회장 선출권을 ‘CEO승계 카운슬’의 사외이사에 맡기나 KT&G는 시장과 주주에 전문경영인 선출권을 맡겨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KT&G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독립적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초 기업은행 측은 KT&G 백복인 사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설립한 국책은행이면서 국민연금에 이어 KT&G의 2대 주주(6.93%)다. 기업은행 측은 사장 공모 절차가 불공정한 데다 백 사장 재임기간인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업체 트리삭티 인수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경영간섭을 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시장에선“정부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정기주총에서 백 사장 연임 안건은 참석 주주 7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KT&G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총 전날 중립을 선언했고,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도 백 사장의 연임 찬성 의견을 밝혔다. 53.18%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 상당수가 백 사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백 사장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반대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경영성적표 때문이다. 백 사장은 2015년 취임 당시 4조1천698억원이었던 매출을 지난해 4조6천672억원으로 크게 끌어올렸다. 작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출시한 전자담배 ‘릴(lil)’이 3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0만 갑을 돌파하면서 사업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적 앞에서는 정부 입김도 무력했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KT&G의 사외이사를 현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자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이마저도 통과되지 않았다. 공석인 사외이사 자리에는 기업은행에서 추천한 2명의 후보 대신 KT&G에서 추천한 후보가 선임돼 “시장이 관치를 이겼다”는 말도 나왔다.

포스코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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