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피할 수 없다면 대비하라
④ 치매의 종류

흔히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알고보면 그 종류가 다양하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우선 치매의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병인 것은 맞다. 알츠하이머 병은 뇌세포의 퇴화로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며 일상생활의 장애가 초래되는 만성뇌질환이다. 매우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악화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고, 가장 흔한 치매의 원인으로 전체 치매의 55∼7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자연 경과는 상당히 다양하지만, 대략 증상 발현부터 진단까지 2∼3년, 진단으로부터 요양시설에 머무르게 되는 기간까지 3∼6년, 요양시설에서 사망까지 약 3년 정도로 총 유병기간은 9∼12년이다.

■ 알츠하이머
기억력 저하서 시작, 유병기간 9~12년… 전체 55~70% 차지

■ 혈관치매
고혈압·당뇨 등이 있는 경우나 흡연·과음때 발생 위험 증가

■ 파킨슨병
손 떨림·뻣뻣한 움직임·느린 행동·종종걸음 등의 증상 보여

알츠하이머병은 대부분 기억력 저하에서 시작된다. 초기에는 주로 몇 시간 혹은 며칠 전의 일에 대한 단기 기억력 저하가 생긴다. 이 시기에는 젊은 시절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면서,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대답하지 못할 수 있다. 이후 질환이 진행되면 점차 옛날 일에 대한 기억도 저하되고, 다른 여러 인지기능의 저하도 함께 나타난다. 망상이나 환청과 같은 ‘정신행동증상’도 나타날 수 있는데, 말기까지 진행되면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는 대부분의 경우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치료로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와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사용되고, 비약물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맞춰 다양한 기법이 사용된다.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하며, 전체 치매의 15∼20%를 차지하는 것이 혈관치매다. 혈관치매는 뇌의 혈액공급의 문제로 발생한 치매이며, 원인 뇌혈관 질환의 종류, 크기,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과 경과를 보일 수 있다. 특히, 혈관치매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는 경우, 또 흡연을 하거나 과음을 자주 할 경우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혈관치매의 경우 뇌 혈액순환의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혈관치매를 일으키는 뇌혈관 질환에는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나타나는 허혈성 뇌혈관질환과 뇌혈관의 파열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는 출혈성 뇌혈관질환이 있다.

한편, 뇌혈관 질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혈관성 치매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뇌졸중 이후에 약 4분의1에서 혈관성 치매가 생긴다. 항상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혈관성 치매는 원인 뇌혈관 질환의 종류, 크기,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과 진행을 보일 수 있고 질환의 경과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혈관성 치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뇌졸중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팔다리나 얼굴의 마비, 발음장애, 삼킴곤란, 요실금 등과 같이 뇌졸중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을 보일 수 있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뇌혈관 질환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에 대한 적극적 치료와 뇌경색의 경우 아스피린 등의 혈관에 피떡이 끼지 않도록 하는 치료가 우선 돼야한다. 다른 치매와 마찬가지로 혈관성 치매에서도 인지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가 함께 쓰인다.

여러 종류의 치매 중 루이체 치매와 파킨슨병 치매라는 것도 있다. 이 둘은 특징적으로 ‘파킨슨 증상’이라 불리는 움직임의 장애가 같이 나타난다.

‘파킨슨 증상’은 파킨슨병이 있을 경우 나타나는 손의 떨림, 행동이 느려짐, 뻣뻣한 움직임, 종종걸음 등의 증상을 함께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치매가 파킨슨 증상보다 먼저 나타나면 루이체 치매, 치매가 파킨슨 증세보다 나중에 나타나면 파킨슨병 치매일 가능성이 높으나,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보통 70대에 증상들이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체 치매의 10∼2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전두측두엽 치매는 전두엽이나 측두엽의 앞쪽에서부터 진행되는 치매를 말한다. 이 부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말을 이상하게 하거나, 참을성이 없어지거나, 판단력이 저하될 수 있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다른 치매와 달리 50대에 흔히 발병하며, 치매 중 5∼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기억력의 저하보다 언어, 절제, 판단, 사고 등의 기능들의 저하가 먼저 나타나는 것이 전두측두엽 치매의 특징이다. 이에 따라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부적절한 기분변화를 보일 수 있으며, 가족들이 보기에는 성격이 변한 것 같이 보일 수 있다. 혹은 말을 하는데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드문 경우 몸을 움직이는데 장애를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부위에 치매가 발생할 경우 절제력이 저하돼 참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성적인 행동을 공공연히 나타내고,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할 수 있다. 때론 쓸데없는 물건을 마구 수집하는 행동도 나타낸다.

치료는 알츠하이머병에서 주로 쓰이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Acetylcho linesterase inhibitor, ACEI)가 쓰이나, 효과는 그리 좋지 않다. 충동을 조절하고, 기분을 조절하기 위해 항정신병약물, 항우울제 등이 사용될 수도 있다.

알코올 치매란 것도 있다. 알코올은 신경세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장기간 과음을 지속할 경우 이러한 영향이 축적돼 치매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알코올이 신경세포에 주는 영향이 다양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치매도 다양하다. 알코올 치매는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50대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생할 수 있으며, 늦게는 70대 이후에 발생할 수도 있다.

알코올 치매의 경우 가장 중요한 치료는 금주다. 술을 끊으면 더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으나, 술을 끊지 못할 경우 뇌기능이 점점 더 악화된다. 다른 치매에 쓰이는 약들을 알코올 치매에도 쓰긴 쓰나, 대부분 효과가 크지 않다.

마지막으로 가역성 치매란 것이 있는데, 이는 완치가 가능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 치매를 말하며 전체 치매의 5∼10%가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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