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승계 카운슬 첫 회의
사외이사 5명 모두 참석
1차 후보군 20명 달할 듯

포스코의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23일 첫발을 내디뎠다. 특히 권오준 회장이 차기 회장 선정작업에서 손을 완전히 떼기로 해 후계자 선정에 어느 정도 공정성을 담보할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권 회장이 ‘CEO 승계 카운슬’의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빠지면서 차기 회장 선임작업은 사외이사들이 주도하게 됐다. 권 회장의 ‘CEO 승계 카운슬’ 불참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일고 있는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데다 회장 권한대행으로 지목한 오인환 사장과 관련된 과거의 불미스러운 내부 사례가 일부 언론을 통해 폭로되는 등 ‘권 회장 흔들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권 회장은 이날 처음으로 열린 CEO 승계 카운슬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한 뒤 “후보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불참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권 회장 외에 김주현 이사회 의장, 박병원 이사후보추천 및 운영위원장, 정문기 감사위원장, 이명우 평가보상위원장, 김신배 재정 및 내부거래위 원장 등 사외이사 5명이 모두 참석했다.

권 회장이 참여하는 것과 불참할 때의 상황은 크게 달라질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 회장의 ‘CEO 승계 카운슬’ 불참으로 후보군의 과감한 개방 등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일단 긍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권 회장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사외이사 5명이 후보군을 직접 선발하게 되면서 포스코 내부인사만이 아닌 제3의 외부인사의 진입 폭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회사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사외이사들만으로 후계자를 선정하는 것도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에는 또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래저래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소지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CEO 승계 카운슬’의 구체적인 활동이 주목된다.

사외이사들은 CEO후보의 요구 역량을 ‘포스코그룹의 100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규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세계 경제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역량, 그룹 발전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혁신역량, 철강·인프라·신성장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 및 추진역량을 가진 인사를 차기 CEO 후보로 추천키로 뜻을 모았다.

CEO후보군의 발굴방안으로는 사내 인사의 경우 기존 내부 핵심 인재 육성 시스템을 통해 육성된 내부 인재중에서 추천하고, 외부 인사는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 등 주주추천, 노경협의회와 포스코 퇴직임원 모임인 ‘중우회’를 통한 추천, 외부 서치 펌(Search Firm) 등에서 외국인 후보를 포함하여 후보군 폭을 넓히기로 했다.

CEO 승계 카운슬은 차기 회장 선출 과정 일부를 공개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선출을 사실상 주도하는 사외이사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절차적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 자격심사 대상 선정과 CEO 후보 추천위원회 등 주요 절차를 진행할 때 언론에 브리핑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면서 “회장 선임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후임 회장 1차 후보군(群)이 2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전·현직 사장급 경영진이 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과 이전 7명의 회장 가운데 외부 출신은 김영삼 정부 당시 임명된 김만제 회장이 유일하다. 포스코 직원들조차 역대 회장 가운데 가장 후한 점수를 준 회장이 김만제 회장인 점을 감안하면 제3의 외부인사 영입카드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CEO 승계 카운슬이 2~3차 회의를 통해 후보군을 추리면 이사회는 이들을 대상으로 자격심사 대상을 선정한다. 이어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들을 상대로 심층면접 등을 한 뒤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선출된 후보는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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