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섭변호사
▲ 박준섭변호사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개편 시안은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지난해 8월 대입개편안을 발표하려다 1년을 미룬 것치고는 이렇다 할 결론이 없다. 최종안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의 검토를 거쳐 8월 말께 확정될 계획이다.

지금의 중학교 2∼3학년은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이 시작된다고 생각되는 2030년에 20대 후반이 된다. 이 세대는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 국가와 세계에 대해 정칟경제 질서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제시하기를 기대하는 특별한 세대다. 따라서 이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개편은 단순히 한 번의 입시제도를 정하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국가개혁의 중심축을 정하는 일이다.

교육개혁의 문제는 여러 사정이 얽혀 단순화하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우선 세가지 쟁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교육방식에 대한 개혁, 평가방식에 대한 개혁, 대학교육에 대한 개혁이다. 바로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개편이 평가방식에 대한 개혁 문제다.

국민이 평가방식의 교육개혁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공정성과 기회균등이다. 우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평가받는 과정에서 준비부담이 크고 학생생활기록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 아울러 대학의 선발기준·선발결과에 대한 미공개 등 소위 깜깜이 전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국민은 대한민국이 건국한 지 70여년이 지나는 동안 이미 기득권을 이룬 세대가 다음 세대에도 학종이라는 것을 통해 학벌이라는 안정적인 기반을 물려주고자 불공정한 규칙을 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학종이 소위 금수저 전형으로 학생부 비교과 활동인 이른바 ‘스펙’을 쌓는데 많은 사교육비와 부모의 영향력이 있어야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시모집의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도 마찬가지다. 수능에 낸 문제를 잘 푼다고 근본적인 사고나 탁월한 문제 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 수능문제를 모두 맞춘다고 천재가 푸는 수준의 문제를 푼 것이 아니다. 문제풀이의 무한 반복을 통해 남보다 앞서, 많이 풀어본 아이들이 점수를 잘 받는 구조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부모는 수능의 의미를 잘 아는 기득권층의 부모가 아이에게 어려서부터 비싼 사교육비로 선행학습과 반복적인 문제풀이 훈련을 시켰고 그런 아이들이 소위 일류대학의 입학을 선점한다고 생각한다. 이같이 왜곡된 단 한 번의 경쟁을 통해 생긴 결과는 한국사회에서 학벌이라는 이름으로 좀처럼 바뀌지 않는 완고한 기득권이 돼왔다.

이런 점들이 국민으로 하여금 현행 입시제도가 이미 성공한 자에게만 유리한 제도이고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 및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불공정한 질서가 형성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교육기회의 균등은 가정형편이나 거주지역 등 타고난 여건의 우연성 때문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학종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평가기준의 공개다. 심지어 대학마다 지역별·고등학교별로 평가점수가 달리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고등학교가 어디냐에 대학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의미일 수가 있다. 이 평가기준의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부모가 이룬 성과가 자식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성공한 부모가 이룬 성공이 다음 세대의 삶에 너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한 자녀가 결코 극복 못 할 차이를 만들어내는 나라는 좋은 나라가 될 수 없다. 평범한 국민은 성장배경은 초라하더라도 자신의 꿈을 가지고 스스로 노력하면 누구나 자신의 꿈을 펼쳐 성공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에서 살기를 원한다.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개편이 대한민국 미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