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 ‘병호시비’ 논쟁의 역사
여수호 물보라·습기로 훼손 우려
市, 한국국학진흥원 인근에 건설

▲ 안동 호계서원 복원 조감도. /안동시 제공

[안동] 400여 년간 ‘병호시비’(屛虎是非) 논란의 중심이었던 호계서원(虎溪書院·경북유형문화재 제35호)의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안동시는 23일 유산관광자원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국·도비 등 총 50억원을 투입해 호계서원 복원사업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 2월 호계서원 복원을 위한 터 조성과 숭교당·동몽재 옮겨 짓기를 마무리했다.

내년 초 한국국학진흥원 인근에 이전·복원될 호계서원은 사당과 동·서재, 문루, 보상고 등 11동 규모로 들어선다. 지난해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올 들어 적격심사를 통해 시공업체를 선정했으며, 현재 약 8%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호계서원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서원 중 하나다. 1575년 여강서원(廬江書院)으로 창건된 후 숙종 2년(1662년) 사액되면서 호계서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하지만, 사액과 함께 관직이 높았던 서애 류성룡과 나이가 많은 학봉 김성일 가운데 누구의 위패를 퇴계의 왼편에 둘지를 놓고 400년간 논쟁을 벌인 병호시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호계서원은 애초 90칸 건물 규모를 자랑했다. 대원군 서원철폐 때 훼철(毁撤)된 후 1878년 강당만 건축됐다. 이후 안동댐 건설로 1973년 현재 위치한 임하댐 아래로 옮겨졌다.

그러나 임하댐 건설과 함께 여수로의 물보라와 습기로 인해 서원건물 훼손이 우려됨에 따라 ‘호계서원이건추진위원회’는 꾸준히 이건 및 복원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2013년 5월 경북도와 안동시의 중재로 퇴계 왼쪽에 서애, 오른쪽에 학봉과 대산 이상정(1711∼1781) 선생의 위패를 함께 모시는 것으로 문중간 합의를 끌어내면서 400여년간 끌어온 ‘병호시비’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안동시는 본격적인 호계서원 복원에 나섰고, 한국국학진흥원 인근으로 이전 계획을 확정했다.

시 관계자는 “호계서원 복원사업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복원사업이 마무리되면 인근 한국국학진흥원과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교문화 및 인성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등 교육생과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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