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 왔던 바이오 산업이 그 열기를 잃고 있다. 최근 정부는 바이오 업체들의 회계 조작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비용을 자산화시켜 손익을 조작했다는 혐의다. 물론 이것은 범죄다. 단, 어린 바이오 업체들이 왜 그랬나를 정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바이오 산업은 막대한 초기 연구개발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고사되고 만다. 그래서 거짓말을 해서라도 회사를 포장하고 생존할 수 있을 때까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바이오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만 제시되면 정부가 임상실험을 대행해 주는 국가도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사 주는 엔젤 펀드나 벤쳐캐피탈도 초기 바이오 기업들이 성장하는데 충분한 돈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거짓말을 한다. 정부가 어린 기업의 비행을 질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이오 산업은 고급 인력의 게임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바이오가 꽃을 피웠던 이유도 고급인력이 모여 의사소통할 수 있는 영어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용 문제를 이유로 고급 인력을 고향으로 돌려 보내는 분위기다. 바이오가 다른 곳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바이오 산업의 또 다른 중요 경쟁요소는 앞서 지적했듯이 자금력이다. R&D비용, 즉 고정비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자국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해야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 바이오 시장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내 바이오 제약사를 몇 종류로 구분해 보면 먼저 재래식 제약업체가 있다. 이들은 기술이 없다. 약장수에 가깝다. 그러나 엄청난 영업망과 막대한 자금력을 소유한 그룹들이다. 또 다른 유형은 미국, 영국 유학파들이 돌아와 혁신 신약, 즉 유전자 치료제,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유학파가 빠르게 약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고형암 상업 임상 관련 50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모두가 중국 업체들의 것이다. 중국의 느슨한 규제 때문에 더 빠른 진도를 보이는 것 같다. 만일 이들이 재래식 제약업체들의 자금력과 손을 잡는다면 한국 바이오 업계에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 전에 한국 바이오 업체들이 중국의 자본력과 시장을 갖고 있는 제약업체들과 서둘러 제휴할 필요성이 있다. 아직 한국 증시에서는 중국 바이오 업체와의 제휴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중국 정부의 매칭 펀드(matching fund) 지원을 노린 형식적인 계약도 있기는 하다. 초기 수수료(Upfront fee)가 작고 계약규모만 큰 경우는 의심해 볼만하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이전도 중요하지만 중국 시장 진입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한국도 이제 임상3상에 도전할 만큼 완성도 있는 혁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바이오 업체들이 늘고 있으므로 이들이 중국 재래식 제약사들에게 기술이전보다는 완제품을 만들어서 마케팅 제휴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또 이제는 중국 재래식 제약사들이 혁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과는 기술제휴도 바람직하다. 자본제휴도 좋다.

한국 바이오 업체 가운데 중국의 3S bio와 제휴하고 있는 곳은 알테오젠과 파맵신이 있다. 앱클론은 복성제약의 자회사인 헬리오스와 기술 제휴를 했고, 또 유틸렉스는 중국의 제장그룹과 제휴한 상태다. 그리고 제넥신도 중국에 기술 수출 및 자본 제휴를 해 놓은 상태이므로 이들 업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