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투(#Me Too)’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고발이 늘면서 가해자를 편드는 ‘성폭력 가해자 변호’시장이 크게 활개를 치고있다. 아예 ‘성범죄 전문’을 표방하는 한 법무법인은 이렇게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강간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면 아주 적극적인 법적 자기방어가 필요합니다. 우리 변호인단은 경찰, 검찰 출신의 변호인들로 구성되어 찾아오시는 의뢰인들께 적극적인 상담과 더불어 변호를 진행합니다. 성폭력, 적절한 대응을 통해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실명만 지운 성공사례 판결문 1천여 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강제추행부터 성희롱, 준강간까지 각종 성폭력가해자가 이곳 변호사들로 인해 구원받고 감사의 말을 남긴 ‘후기 게시판’도 방문객이 넘친다. 이같은 현상은 미투운동의 활성화로 인한 성폭력 고발이 그만큼 크게 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성폭력으로 고발된 피의자들을 돕기 위한 변호사들의 소송 수주경쟁이 펼쳐지고, ‘성범죄 전담변호사’ ‘성범죄 전문변호사’ ‘성범죄 전담센터’ 등의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무수한 광고가 떠오른다. 이들은 아동성추행, 강간범죄, 기타 성범죄 등을 예시로 들며 ‘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끈다’는 과장광고까지 서슴지 않았다가 논란이 커지자 광고판을 철거한 경우도 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엄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커지면서 예전같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행위에 대한 과도한 처벌 우려도 늘었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는 매우 엄하게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범죄에 연루된 일반인은 어떤 행동이 강제추행 등의 성폭력 혐의로 처벌 될 수 있는 범죄인지 예측하지 못해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성범죄전문 변호사들은 “강제추행은 그 중에서도 어떤 행위가 혐의로 성립할 수 있고 어떤 행위가 그렇지 않은지 예측하기 어려운 죄목”이라며 “예컨대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해 판결에 대한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래저래 미투운동의 반작용이 우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