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권오준 회장·지역사회 여론 영향력 커
학계 인사들 “CEO 승계 카운슬 과정 공개해야”

‘포스코 차기 회장의 선임에 실질적인 영향력은 누가 행사할까’

권오준 회장의 중도 퇴진으로 포스코 차기 수장의 공정한 선임이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나오는 소리가 누가 키를 쥐고 있느냐는 것이다. 형식이야 어찌됐든 포스코의 글로컬(글로벌+로컬) 기업 위상에 비춰보면 대략 세 갈래로 점쳐볼 수 있다. 산업자원부 등 간접적인 연결고리로 하는 청와대의 의중과 그동안 포스코를 꾸려온 권오준 회장, 지역사회의 의견 등이 잘 조화되고 균형을 이룰 때 회장 선임의 윤곽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앞으로 몇가지 사태를 지켜보면 어렴풋이나마 그림을 알아볼수 있을 것이라는 소리가 정관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권 회장의 명예로운 퇴진이 이뤄지는지, 포스코의 CEO승계 카운슬이 절차와 규정에 맞게 제대로 돌아가는지, 국민연금이 어떤 태도로 나오는지 등이 꼽힌다. 지역사회에서 ‘관치 근절’‘외압설’등을 내놓지만 사실은 포스코를 고리로 이해가 얽힌 집단에서 명분상 들고 나오는 소리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권 회장이 금속이나 제철에 관한 전문가인데 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신상’의 사유를 들어 후퇴한다고 밝혔지만 뭔가 말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는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는 측이 적지 않다.

이런 세가지 축으로 따지면 정부측은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포스코의 차기 수장 선정작업이 무리없이 진행되기를 바라보고 있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포스코의 위상이 크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무리하게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굳이 개입한다면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10.2%)을 통해 간접 시그널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포스코 CEO승계 카운슬’은 권회장의 영향력이 가장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어떻게 투명성을 확보하느냐가 회장 선임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소리가 이구동성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여기서 출발한다. 포스코그룹 임직원들은 물론 포항시민들도 이번 만큼은 ‘정치적 외압이 아닌 투명한 시스템에 의해 선임된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CEO승계 카운슬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들도 권오준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공정한 방식으로 후임자를 발탁하고, 승계 카운슬의 운영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장 선임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포스코 회장의 중도퇴진 흑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 등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포스코 미래 50년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차기 포스코 회장을 뽑는 CEO 승계 카운슬은 공개돼야 한다는 강도높은 대안이 제시됐다. 허문구 경북대 교수는 “그동안 후보자 추천부터 선정 기준까지 모든 과정이 밀실에서 이뤄져 온갖 억측이 나왔다”며 “이번부터는 선임 과정을 단계별로 공개하고 필요하면 후보자 간 공개토론회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새 회장을 선출하는 CEO 승계 카운슬의 모든 진행과정을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스코의 사외이사 선임이 출발부터 투명하고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포스코측이 원했든,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을 받았든 사외이사 선임에서부터 투명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정하기에는 적지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정치권이나 권력기관 출신 위주로 사외이사를 영입했다는 ‘원죄론’이다.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인사를 포스코의 사외이사 추천그룹에 넣거나 아예 사외이사로 참여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창립 후 50년동안 포항시민의 협조가 없었다면 포스코의 위상도 현재와 같을 수는 없었다는 것이 지역의 일치된 여론이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포스코와 1조 원이상의 상생협력을 맺는 자리에서 “지금의 글로벌 철강회사 포스코가 있기까지는 포스코 나름의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경영쇄신의 노력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포항시민의 무한한 희생과 아낌없는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따라서 포항상의 등 지역경제계와 사회를 대표하는 원로 인사가 포스코 수장의 선임작업에 참여하고 이들이 포항지역 인사들에게 내막을 알린다면 지역사회에서 포스코의 투명성과 신뢰도는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와 관련된 지역의 여론은 외주협력사를 통한 지시감독을 받는 입장일 뿐 포스코에 실질적인 의견을 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는게 지역의 중론이다. /김명득기자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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