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를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독립성 보장에 있다. 포스코가 2000년에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한 이후 국민기업으로 탈바꿈 했다고 하나 최고 경영자(CEO) 선임 과정을 보면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점이 많다.

이번 권 회장의 사퇴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포항을 비롯 지역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불안하다.

회장 임기 2년을 남겨둔 권 회장의 중도 사퇴를 바라보면서 포항시민이 우려하는 것은 기업경영의 자율성과 일관성의 훼손이다. 포스코는 권 회장 사퇴 배경에 “정치권의 압력이나 검찰 내사설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아직도 포스코는 정부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점을 의식, 포스코는 차기 회장 선출과정 일부를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외부압력이나 낙하산 의혹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온전히 믿게 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포스코는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세계 최고 철강기업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의 50년 역사였다.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의 평가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2010년부터 8년 연속 1위를 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60조 원(연결 기준)을 넘었다.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14개국 29개 회사 47개 공장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우리 국가의 자랑이다.

그러나 이번 회장의 중도 사퇴로 포스코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위기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고 있다고 한다. 권 회장이 공들여 왔던 신성장동력 사업이 제대로 진척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다. 월드 프리미엄 제품(WP)에 이어 리튬, 최근 언급한 바이오 산업 등의 백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설립 이후 8명의 회장이 역임을 했지만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중도에 하차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면서 CEO의 임기가 바뀌면서 회사는 일관성 있는 전략을 펼치지 못했다. 지금 내부에서 나오는 우려도 이와 같다. 권 회장의 지휘 아래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신사업들이 회장의 중도사퇴로 순식간 사라질 수 있다. 사업의 방향성과 전략에 대한 진정성 있는 평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식의 무모한 시행착오는 기업에게 부담만 줄 뿐이다. 기업의 생존이 달린 본질 차원에서의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독립된 경제단위다.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아야만 기업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포스코도 스스로가 독립성과 일관성을 지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것이 100년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