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공방 -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 꿈틀로’ 탐방
<7> 예술심리치료 poAtec 서종숙 대표

▲ 서종숙(가운데) 예술심리치료 poAtec 대표가 동료 작가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꿈틀로 회화작가들과 함께
흥해 지진 트라우마 예술 치유
소외 어린이 위해 그림 기부도

사람들은 마음이 허전하거나 쓸쓸할 때 미술작품을 감상하거나 음악을 듣곤 한다. 예술은 사람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고유의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꿈틀로에도 마음 속 깊은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치유해주는 작가가 있다.

예술심리치료 poAtec 서종숙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재능이 아깝다”는 미술 선생님의 한마디가 회화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작품 활동에 전념하던 서 대표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대구대학교에 개설된 미술치료대학원에 눈길이 갔고, 호기심에 이 과정에 등록을 했다. 호기심은 많은 대가를 치르게 했다. 무엇보다 공부 자체가 힘들었다. 그림을 그리다가 심리학, 정신병리학을 공부하려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교재가 대부분 영어 원서여서 공부 부담은 어깨를 짓눌렀다.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미술치료의 매력을 알게 됐다.

“그림이란 매개체를 통해 사람 사이에 편안한 관계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 서 대표의 미술치료방법이다.

궁극적으로 미술치료를 포함한 예술치료는 자기 내면의 거울을 스스로 발견해 상처 치유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서 대표는 강조한다.

“미술치료의 세계로 들어서면서 제가 그린 작품을 객관화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고, 동시에 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스스로를 새롭게 이해하는 안목도 갖게 됐지요.”

서 대표는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포항에서 미술치료교육센터를 꾸리고 미술치료봉사단을 만들어 청소년들과 함께 복지관, 노인요양병원, 병원 정신과 등에서 미술치료 봉사를 활발하게 펼쳤다. 2015년에는 ‘봉사로 꽃피다’전을 개최했고, 해군6전단 전 장병들을 대상으로 마음치유 프로젝트를 시행해 호평을 받았다.

▲ 서종숙 예술심리치료 poAtec 대표가 그린 자기치유작품.
▲ 서종숙 예술심리치료 poAtec 대표가 그린 자기치유작품.

꿈틀로 입주는 서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서 대표의 꿈은 포항을 예술치유도시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꿈틀로는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마당인 셈이다. 지난해 꿈틀로 아트페스티벌에서 열린 ‘편해문과 함께하는 꿈틀로 가족 팝업 놀이터’는 큰 인기를 누렸다. 위덕대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치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11월 15일 지진 후에는 꿈틀로 회화작가들과 함께 흥해 주민들에게 지진 트라우마 예술 치유를 하기도 했다.

오는 5월에는 꿈틀갤러리에서 최마록 작가와 공동으로 문화소외 지역 어린이, 지진 트라우마를 가진 어린이·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꽃들에게 희망을-자아를 찾아서’ 체험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포항문화재단 동네방네 예술프로젝트에 선정된 이 전시회는 참여자들이 자신보다 더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기부하는 행사여서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서 대표는 쉼 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 서양화 작가로서 4회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여러 차례의 그룹전·해외전에 참여했으며, 예술치료와 문화기획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삶에 대한 사랑과 도전의식 덕분에 이 같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예술치유도시 포항’이라는 꿈은 서 대표와 동료 몇몇이 품고 있는 소수의 것이다. 이 고운 꿈이 많은 시민들의 가슴 속에 피어나는 날은 언제일까. 서 대표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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