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고베 등 극복 사례
5회 걸쳐 기획취재 연재

지난해 11월 15일 포항 지진 이후 반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본진인 규모 5.4 지진 이후 지난달 31일 발생한 규모 2.0의 지진으로 여진만 100번째를 맞았다. 땅과 몸이 동시에 흔들린 잊혀지지 않는 공포 속에 포항 시민들은 지진에 대한 불안감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이주대책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와 이재민들간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본지는 지난해 발생한 지진으로 여전히 트라우마에 갖혀 있는 포항시민의 지진 피해극복과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 건설의 해법을 찾기 위해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고베시의 지진 극복 현장을 취재했다.

<관련기사 12면>

일본은 23년 전인 1995년 규모 7.3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었다. 사망자 수는 6천여 명을 넘었고, 10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항만도시였던 고베시는 지진으로 도로와 철도, 통신망과 같은 모든 사회 간접 자본이 망가지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어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고베시는 당당하게 자연의 재앙을 극복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진앙지였던 아와지섬 내 ‘북단지진기념공원’에도, 지진의 현장이 담긴 ‘고베 지진 메모리얼 파크’에도, 오사카 ‘아베노 방제센터’에서도 그날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본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방재전문가를 육성, 지금 이순간까지도 알 수 없는 미래 대지진을 대비하고 있다. 지진을 겪었던 정부, 지자체와 시민들이 똘똘 뭉쳐 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름 아닌 ‘교육유산’이었다. 일본은 과거 지진의 아픔을 기억할 수 있는 흔적들을 남겨놓고 있다. 가정집에서 사용했던 각종 집기구부터 무너진 집터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벽면, 갈라진 땅, 부서진 교량까지 그대로 보존해놓았다. 그리고 보여주고 있다. 지진 피해의 완전한 복구가 중심이 아니였고, 지진을 겪은 일본 국민들의 심리적 안정 역시 쟁점이 아니였다. 일본은 아픈 기억을 겪었던 과거를 거울 삼아 ‘지진에서 살아남기’를 준비하고 있다.

포항은 지진 이후 아직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복구작업과는 별개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멈춰있는 상황이다.

분명한 건, 포항은 반드시 지진을 극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고, 포항은 현재 한반도 지진사의 가장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지진 대응법은 우리의 귀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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