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불과 20일 전 창립 50돌 각오 발표
역대 CEO 교체 때마다 사업방향 재편 ‘악순환’
리튬·바이오 먹거리 살리고 지역상생 역점 둬야

▲ 영일만의 기적이라 불리며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성장을 이끌어온 포스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면서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새로운 수장이 이끌어갈 포스코의 행보가 향후 ‘100년 포스코의 비전’을 제시하며 찬란한 햇빛을 비출지, 박명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영일만과 포스코 야경 뒤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새로운 수장을 맞게될 포스코에는 조속한 회장 선임을 통한 조직안정과 함께 미래 먹거리 사업 추진, 지역사회 상생이라는 3대 과제가 던져졌다.

CEO 선임은 사규에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권오준 회장 재임시 공들여 온 신성장동력 사업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내부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 월드프리미엄(WP)제품에 이어 리튬, 최근 언급한 바이오 산업 등이 벌써부터 백지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관련기사 2·3면>

이 같은 내부 위기감에 대해 지역 여론은 “포항과 포스코의 100년 미래먹거리가 걸린 사업인만큼 신성장동력사업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며 “포스코 사원들이 너무 정치바람에 민감하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김재동 포항상의 회장은 “권오준 회장이 추진해서가 아니라 포항과 포스코의 미래먹거리가 걸린 사업인 데다 전 조직원이 역량을 모아 결론을 낸 것인만큼 회장이 바뀌더라도 리튬과 바이오 산업은 계속 진행되지 않겠느냐”면서 “포항은 포스텍을 비롯 방사광가속기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세계적인 바이오 집적지라는 것은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지역민들의 여망과는 달리 신사업 가운데 바이오 산업은 더 이상 추진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내부 중론이다. 권 회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벤치마킹해 바이오산업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고 밝혔다. 리튬 사업도‘권오준 작품’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권 회장의 애착이 남달랐다. 지난해부터는 철강부문장직을 신설해 오인환 사장에게 철강 부문을 맡기고, 권 회장은 리튬 등 신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회장이 바뀌면 전 회장의 작품이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역대 회장 대부분이 전 회장의 치적, 흔적 지우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전례를 떠올리고 있다.

그간 포스코의 사업진행 결과를 보면 CEO에 따라 큰 영향을 받아왔다. 정준양 전 회장의 경우 금융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직면한 위기를 ‘사업 다각화’로 모면하려 했다. 하지만 권오준호(號)는 ‘다이어트’에 집중하며 정 회장이 추진한 사업 다각화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권 회장은 부임하자마자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면서 계열사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 결과 재임 4년간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71개였던 국내 계열사를 38개까지 줄였고, 해외 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축소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포스코가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계기가 철강본연에 충실한 결과 WP제품의 약진이라고 강조했고,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제품이 WP라고 자랑한 바 있다. 또 지난 1일 창립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스텍과 연관된 바이오 인프라를 살려 포항을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키우겠다”고 했다. 또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뒤 집권 2기 핵심 목표로 ‘리튬 사업 확대’를 꼽았다. 파이넥스(Finex), 니켈과 더불어 3대 신수종(新秀種) 소재로 거론되는 리튬을 상용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포스코는 지난 2016년 아르헨티나에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를 가동해 리튬 사업의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17년 2월 광양제철소에 연산 1500t의 리튬 추출공장을 설립했다. 올초엔 호주 리튬광산 개발업체 지분 일부(4.75%)를 인수했다.

권 회장의 지휘 하에 그룹 계열사들도 음극재,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대했다. 포스코켐텍은 음극재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증설 작업에 돌입해 지금까지 총 9개 설비를 구축하기도 했다.

‘총수 사퇴’라는 돌발변수로 수년간 탐색끝에 이뤄낸 미래먹거리사업 추진이 한순간에 바뀐다면 결국 그 시행착오와 피해는 고스란히 포스코의 몫이 될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이자 향토기업인 포스코의 잇단 시행착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개별 기업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와 국가경제에도 파급을 주게 된다는 것이 경제인들의 평가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동안 8명의 CEO가 급작스럽게 바뀔 때마다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며 “CEO의 임기가 정권에 따라 흔들리면서 회사는 일관성 있는 전략을 짤 수 없었는데 새 CEO가 또다시 같은 행태를 반복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상생협약도 결국은 포스코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인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포스코가 지난해 6년만에 최대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실적 개선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포항시와 맺은 1조원 이상의 지역상생협약을 추진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지만 새 CEO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는 만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흥해지진 복구 등 지역사회의 안정을 포스코가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3대 과제가 어떻게 추진되느냐는 구호야 어떻든 향후 ‘100년 포스코의 비전’의 내용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포스코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