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박근혜 재판서 증언
朴 없이 궐석재판 진행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시 유승민 의원(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당선을 막기 위해 대항마를 내세우라고 지시, 해당 후보자를 위해 연설문까지 보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총선에서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대항마를 내세우라고 지시했다”며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은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내세운 뒤 여론조사를 해 두 사람의 지지율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신 전 비서관은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에게 전화해 ‘이재만 후보가 연설을 잘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 수석의 옆에 있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며 “2016년 2∼3월엔 이 전 청장이 사용한 연설문을 박 전 대통령이 친전 형태로 현 수석에게 보냈다”고 증언했다.

신 전 비서관은 “현 수석이 해당 연설을 꺼내 흔들어 보이며 ‘이거 봐라. 할매(박 대통령을 지칭)가 직접 연설문을 보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청와대의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전 청장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해당 지역구에 이 전 청장을 단수 공천했다. 그러나 김무성 당시 대표의 옥쇄 파동으로 이 전 총장의 공천은 승인 거부됐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 전 청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 전 비서관은 특히 공천관리위원장에 이한구 전 의원을 임명한 것도 청와대의 뜻이라고 증언했다.

2016년 현 수석과 신 전 비서관,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윤상현 의원이 모여 20대 총선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현 수석이 “박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장을 이 전 의원으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이 “그 사람(이한구) 고집이 세서 말을 잘 안 들을텐데…”라고 말하자 현 수석은 “이미 정해진 일이니 내가 이 전 의원에게 연락하겠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신 전 비서관은 “청와대는 이후 이한구 위원장에게 선거구별 예비후보자 현황, 친박 리스트, 청와대 지지 후보 등의 자료를 수시로 전달했다”며 자료 보안을 위해 007작전 처럼 이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위원장과 특정 지역에서 ‘접선’하기로 약속한 뒤 정무수석실 직원을 시켜 스치듯 지나면서 자료 봉투를 전달했다는 식이다. 한 번은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이 위원장이 차를 타고 대기하고, 정무수석실 직원이 차량 창문 안으로 서류를 밀어 넣었다”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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