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과 재건축을 두고 10여 년 동안 갈등을 빚어온 대구시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현대화 사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 17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종사자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기존시설 확장안(리모델링 및 부지 확장)에 대해 최종 합의를 했다. 이로써 10년 이상 끌어왔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은 이르면 올해 말쯤 실시용역 설계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사업 착수가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30년째 맞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그동안 거래물량 증가에 따른 공간부족, 불합리한 교통체계, 비효율적 건물배치, 건물의 노후화, 안전문제 등으로 시설 현대화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대화 사업에 대한 방향과 해법을 두고 상인과 지역민 등의 의견이 달라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대구시도 수차례 용역을 시행했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지난해 3월 경제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추진협의회’를 운영하여 그동안 15차례 이상 난상토론과 개별상담을 벌인 결과, 현 부지를 재확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10년 이상 끌어왔던 대구시의 해묵은 과제가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대구시는 이전이나 전면 재건축이 아닌 기존 시설확장으로 방향이 정해짐에 따라 사업비가 대폭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함으로써 사업의 조속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4∼5월 중 중앙정부 공모사업에 응모하고, 올 연말쯤 실시설계 용역, 2023년에는 사업을 마무리 한다는 생각이다.

사업비도 국비 150억 원을 포함, 75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현대화 사업은 안전에 문제가 없는 시설물은 존치하되 불합리한 시설물은 재배치해 원활한 물류동선을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특히 대구북부화물터미널 부지를 편입하고 지하공간 개발을 통해 지금보다 3만㎡(1만평)정도를 넓혀 경매장과 주차공간을 새롭게 확보하는 등 교통과 이용자 편의성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

1988년 개장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한강이남 최대 규모의 농산물 집산지로 명성을 날렸던 곳이다. 2005년부터 시설 노후화 문제가 제기되면서부터 비효율적 도매시장 구조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용자들의 불편도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도약의 발길을 내딛게 됐다. 그동안의 논란을 지우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이번 상인대표들의 합의 도출은 이런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를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상인들도 덕 될 게 없는 것이 현대화 사업의 지연이다. 현재 주어진 상황 아래서 대구시의 지원과 상인들의 지혜를 모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지방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서 명성과 경쟁력을 되찾는 사업이 되도록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