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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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와 57세의 대결!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의 청문회가 얼마 전 미국의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미 상원청문회장에 앉아있던 주커버그는 1984년생으로 현재 겨우 34살의 청년이다. 보통 한국 회사라면 이제 갓 사원을 벗어나는 정도의 나이이다. 그런데 주커버그를 상대하는 상원의원들의 나이는 주로 50∼60대로 평균나이 57세였다.

늘 티셔츠 차림의 주커버그는 이날 상원청문회에 존경심을 표시하기 위해 양복을 입었다. 그가 양복을 입은 모습을 처음 본 사람들도 전 세계에 많이 있었을 것 같다. 그는 2013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 때도 양복을 입긴 했지만 그의 양복 입은 모습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아주 신기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 TV를 시청한 한국의 시청자의 눈에는 주커버그의 양복보다 더 신기하게 느껴진 게 있었다. 자신들보다 30년 어린 주커버그를 상대로 질문을 하는 상원의원들의 태도와 청문회의 분위기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청문회 장소에서 소리를 지르고 훈계를 하고 비아냥거림을 하는데 미국 상원의원들은 차분하고 논리적인 질문을 하는 모습이다. 통렬한 질타도 차분한 말 속에서 느껴질 뿐이지 결코 목소리를 높이거나 화를 내거나 상대를 모욕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

이는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필자의 후배인 카이스트의 L교수의 발언을 생각나게 한다. 그 교수는 국회의원의 모욕적인 발언과 충고에 대하여 “제가 내일모레면 60이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에게서 태도, 표정을 코치 받을 나이인가. 제가 의원님 자식인가"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국회의원들에게 대들지 못하는 일반적 분위기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꽤 충격적이었다. 국회의원이 무슨 큰 벼슬이나 되는 것처럼 고자세로 고성을 지르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청문회나 국감에 나선 증인이나 공무원들에게 모욕적 발언을 일삼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날 L교수의 항의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속이 후련한 느낌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L교수에 대한 국회의원의 태도는 평소 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의 국회의원들의 태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신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신사적인 모습도 사실상 미국 국회 청문회 잣대로 볼 때는 수준 이하였고 그 교수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주커버그 청문회에서 느낀 또 하나 놀라운 것은 국회의원들의 질문 수준이었다. 한 젊은 상원의원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의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매우 어려운 수준높은 질문이었고, 의원들이 평소 많은 공부를 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수많은 질문을 하고도 의원들은 주커버그의 답변을 끝까지 다 듣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한국 국회에선 청문회 대상자가 답변할 시간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기도 하고 답변을 끊고 자기 할말만 하고 모욕과 야단을 치고 시간제한에 걸려 끝내기가 일쑤였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미국 국회청문회나 국감을 한번 가서 견학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얼마나 정연하게 논리를 펼치고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청문회나 국감을 진행하는가 보게 될 것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환골탈태해야 한다.

미국 국회의 날카로우면서 지적수준이 높은 질문과 답변을 보면서, 그리고 화를 내거나 소리지르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청문회 모습을 보면서 정말 부러웠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꼭 명심해야 한다. 진정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겸손하고 확고한 지식을 통한 정치와 소견을 펼칠 때 국회에서 쓸데없이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훨씬 존경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꼭 배워야 할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