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여당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라며 꼬리자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지만, 야당과 국민들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인터넷 정치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범죄다. 전 정부의 사이버범죄를 추상같이 몰아쳐온 정부여당의 핵심과 당원들이 이런 의혹을 받는 것은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드러난 풍설만으로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 의원만 해도 그렇다. 의혹의 중심에 선 김 의원은 지난 14일과 16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앞뒤 말이 아귀가 안 맞는다. 김 의원은 첫 번째 기자회견 당시 드루킹과의 첫 만남 일시에 대해 “대선 경선 전”이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2016년 중반에 의원회관으로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또 드루킹과 텔레그램을 통한 연락을 했다는 의혹에도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었는데 나중에는 “제가 (홍보하고 싶은) 기사가 드루킹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드루킹의 대선 이후 인사 청탁 요구에 대해서도 “그런 무리한 요구는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인사수석실로 전달했다”고 바꿨다.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기억도 이상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백 비서관이 당초 변호사 도씨를 만난 시점에 대해 3월 중순이라고 확인했는데 착각이 있었다며 3월 말이 맞다고 정정했다”며 “백 비서관은 만난 날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변호사가 밝힌 3월 28일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더듬거렸다.

드루킹이 차려놓고 운영했다는 파주출판단지의 출판사 느릅나무에 대해 밝혀야 할 수상한 부분이 많다. 10년 가까이 매년 억대의 임대료, 운영비를 지출하고 책 한권 출판하지 않은 출판사라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이다. 항간의 의혹처럼 그곳이 진짜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불법댓글 공장이었다면 이는 정말 어마어마한 사태다.

사법기관의 태도는 더 문제다. 경찰은 지난 3월 22일 드루킹을 체포하고도 무려 3주간이나 쉬쉬하고 숨겨와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집과 사무실에서 170여 개 휴대폰을 압수하고도 통화내역 조회 한 번 하지 않고 계좌추적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도 뒷짐을 지고 있는 듯한 태도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수사 당국이 머뭇거릴 경우 필요한 것이 특별검사의 수사다. 정부여당 그리고 수사당국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올 수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