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첫 ‘양성평등 보이스단’
남성위주 조직문화 변화 이끌어
워크숍 개최, 특강·토론도 진행

[구미] 구미시가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양성평등과 성폭력 예방을 위해 지난달 출범시킨 ‘양성평등 보이스단(아하 보이스단)’이 더디긴 하지만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구미시 남성 직원 81명으로 구성된 보이스단은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확산되는 분위기를 반영해, 조직 내 성폭력·성차별 근절 노력을 앞장서 실천하는 조직으로, ‘양성평등에 대한 목소리(Voice)를 내다’, ‘양성평등에 앞장서는 남성들(Boys)’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창단 초기 이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힘들것이라는 편견도 많았지만, 보이스단은 작은 것부터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부서 내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우선 여성 직원들이 도맡아 하던 손님을 위한 차 대접과 간식 준비 등을 남성 직원들이 함께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남성직원들의 고유 업무로 여겨지던 현업 업무에 여성직원도 참여토록 하고, 여성직원의 민원업무에 남성직원들도 참여시키고 있다.

이러한 조직의 작은 변화를 두고 여성직원들은 “지금까지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들이 조금씩 변화고 있음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성평등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 보이스단의 행보가 그리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보이스단을 구성하고 있는 남성 직원들의 직급이 너무 낮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보이스단은 시청 각 부서에서 추천을 받은 남성들로 구성돼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8∼9급으로 사실상 부서 막내들로 구성돼 양성평등과 성차별 등에 또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이스단 81명 중 9급이 41명, 8급이 22명으로 약 73%나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청 관계자는 “양성평등 보이스단은 남성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한 실질적인 양성평등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돼 만들어진 조직이다”며 “아직은 시행 초기여서 여러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보이스단으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인식이 변화될 수 있다면 그것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식의 변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겠지만, 전문강사 초빙 교육과 양성평등을 주제로 한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양성평등 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미시는 지난 17일 시청 상황실에서 양성평등 보이스단 워크숍을 열고, 양성평등 문화 확산 사례 발표, 양성평등 보이스단의 역할 찾기라는 주제로 특강과 분과별 토론을 진행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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