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인 수

흐린 날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은 비

젖은 것들이 몸이 잘 보인다 치잉 칭 감기는, 빗줄기의 한쪽 끝을 물고 새 날아간다. 건물과 건물 사이 세 뼘 잿빛 하늘 가로질러 짧게 사라진다 창유리 창유리들이, 나무 나무의 이파리 이파리 풀잎들이 모두 그쪽을 보고 있다 잘 보이는, 뇌리 속의 새 길게 날아가는 아래, 젖어 하염없이 웅크린

몸, 섬 같구나 그의 유배지인 몸

시인의 시선이 가닿는 풍경은 비에 젖어 더욱 선명해진다. 젖은 것들의 몸, 젖어서 하염없이 웅크린 몸에서 시인은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읽어내고 있음을 본다. 섬처럼 홀로 견디는 우리네 생을 유배지의 삶으로 표현한 것에 깊이 공감하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