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울릉천국 아트센터’ 개관
“9월엔 새 앨범에 대한 계획도”

▲ 가수 이장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울릉천국 아트센터 개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연과 여행이 좋아 음악의 길에서 벗어났던 이장희(71)가 나이 칠십이 넘어 다시 음악이 인생의 1순위가 됐다며 설렘을 나타냈다.

그는 적극적인 음악 활동의 시작을 알리며 울릉도 자택 부지에 건립된 ‘울릉천국 아트센터’ 개관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장희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울릉천국 아트센터 개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음악이 프라이어러티 넘버 원”(Priority no.1)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에서 2004년 귀국해 울릉도에 터를 잡고 주민등록상으로 울릉군민이 된 그는 울릉도 북면 송곳산 아래에 농장 부지를 사 ‘울릉 천국’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는 이땅의 1천652㎡(약 500평)를 울릉도에 기증해 2011년 아트센터 걸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아트센터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150명 규모의 공연장과 카페테리아, 쎄시봉 자료 등이 비치될 전시홀을 갖춘 공간으로 5월8일 개관한다.

“울릉도에서 온 이장희입니다”라고 인사하며 호탕하게 웃은 그는 “4년 전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유세하러 왔다가 내가 사는 곳에 들렀고 이후 울릉군에서 문화센터를 짓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처음에는 평화롭게 살려고 왔는데 싶어 언짢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또 다른 의미가 있겠더라고요. 울릉도는 보물처럼 정말 아름다운 섬이고, 바로 앞에 정신적인 상징인 독도가 있잖아요. 또 저 개인적으로도 우리 집안에 지어놨으니 ‘저기서 좀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난 2년 반 동안 노래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하하하.”

개관일부터 자신의 상설 공연을 앞두고 동방의빛 멤버들이던 강근식(기타), 조원익(베이스)과 연습을 하면서 중학교 때 음악에 빠져 공부를 안 하고, 대학도 중퇴하던 시절이 떠올라 ‘아, 내가 정말 음악을 좋아했지’란 생각에 내내 기쁘고 설레었다고 한다.

이장희는 1971년 인기 DJ 이종환의 권유로 1집 ‘겨울이야기’를 내면서 데뷔했다.

“사실 제가 노래는 빵점이었어요. 삼촌 친구였던 조영남 형이 ‘장희야, 너 노래하지 말아라’ 했으니까요. 그때 다들 외국 노래를 한국어로 번안해 부르길래, 한두곡 만들기 시작했죠. 송창식의 ‘애인’, 김세환의 ‘좋은 걸 어떡해’였죠. 그걸 듣고서 이종환 형님이 직접 노래해 보라고 한 거죠.”

여전히 악보를 볼 줄 모른다는 그는 “처음엔 가사를 먼저 쓰고 기타를 튕기며 부르는 대로 멜로디를 붙인다”며 “밴드에게 코드만 적어주면 서너 번 부르면서 기타, 베이스, 키보드가 더해지면서 작업한다”고 소개했다.

인기 가수이자 작곡가로 이름을 알리던 그는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며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구치소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그는 “이 시련을 계기로 완전히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을 하다가 1970년대 후반에는 김현식 데뷔 음반을 비롯해 김수철, 김태화, 들국화 최성원 등의 음반을 제작해 사단을 이뤘다.

그리고 198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레스토랑을 운영한 그는 1988년 라디오코리아를 설립해 1989년 1월 첫 방송을 했다. 라디오코리아는 1992년 흑인들의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교민들을 구조하는 상황실 역할을 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2003년 전파를 임대한 중국계 방송이 전파료 인상을 요구하자 방송국 문을 닫고 2004년귀국해 울릉도에 터를 잡았다.

미련없이 직책을 버리고 낙향한 도연명(陶淵明)처럼 그는 직접 굴삭기 사용법을 배워 연못과 밭을 만들어 ‘울릉 천국’이란 농장을 만들고 은퇴 후의 삶을 영위했다.

그는 “2004년 울릉도에 농사를 지으러 갔다”며 “더덕밭을 일구는데 농부의 대부분 일은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뽑는 일이었다. 하루는 김을 매다가 허리가 아파 하늘을 보는데 구름이 두둥실 떠 있었다. 그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 그때 처음으로 ‘내가 제 자리에 와 있구나’란 행복한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3년간 농사를 짓다 보니 적성에 맞지 않자 자택 인근 땅을 정원으로 꾸몄다. 꽃밭을 만들다 보니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소풍을 왔고, 2011년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 출신 가수들이 화제가 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그곳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우리 집 밑에 땅을 사서 버스 정류장, 공중화장실도 만들었죠. 하하. 울릉군이아트센터 제안을 하길래 필요한 만큼의 땅을 기증한 것이고 적당한 시기에 공공재산으로 전환하려고요.”

그는 울릉천국 아트센터에서 5월8일부터 9월15일까지 매주 화, 목, 토요일 주3회 상설 공연을 개최한다. 인구 1만명도 안되는 섬에서 과연 공연을 위한 수요가 있을지 묻자 그는 “정곡을 찌른 질문”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공연 개최 일정도 배가뜨기 좋은 날씨를 고려해 잡았다고 한다.

그는 “울릉 주민이 5천~6천명이고 3천명이 외지에서 와 사업하는 사람들이지만, 관광객이 하루 3천명은 오니 100명만 와줘도”라며 “사람들이 물밀듯이 오면 더 할 것”이라고 다시 웃었다.

이곳에서는 이장희뿐 아니라 쎄시봉 멤버 등 다른 가수들의 기획 공연도 열릴 예정이다.

그는 “정말 작고 아름다운 소극장을 만들려고 했다”며 “그런데 공연장 내부는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만들어졌고 의자는 전부 나무를 깔아놨다. 작년에 이문세가 한번 와서 ‘형, 여기 인디 밴드들 오면 좋겠다’고 했다. 음악하는 후배들이 편히 쓰면서 음악인들의 보금자리, 음악을 위한 요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 앨범에 대한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1988년에 미국에서 7년 살다가 한국에서 살까 하고 다시 왔을 때 앨범을 하나 준비했다”며 “사장시켜 놓고 못 듣다가 작년에 알래스카에서 3주간 있으면서 다시 들었는데 ‘이게 마지막으로 하려 한 음악이구나’ 하고 친근감이 있었다. 젊은 뮤지션들에게 내가 다시 녹음할 수 있게 작업해달라고 해서 오늘 테이프를 받았다. 9월에 녹음을 해볼까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