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봉산문화회관 기획
중견작가 개인전 시리즈
두번째 초대
미디어아트 작가 ‘유비호展’

▲ 유비호作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대표적 기획전인 중견작가 개인전 시리즈 기억공작소의 올해 두 번째 초대작가는 유비호(48) 작가다.

유비호는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미디어아트 작가다. 2014년 성곡미술관이 선정하는 ‘2014 내일의 작가상’수상 이후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유 작가는 영상 매체 작업을 해왔으며 오는 7월 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열리는 대구 전시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난민의 비극적 삶에 주목한다.

‘영원한 기억’이라는 주제 속에서 영상 작품과 음향 설치작품 그리고 다수의 연출 사진 작품이 전시된다.

사진 작업은 최근 베를린에 정착한 20~30대 시리아 난민 8명을 섭외해 나이든 노인으로 분장을 한 후 촬영한 사진이다. 이 작업의 아이디어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70여 년 이산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느 노인의 인터뷰를 보면서 시작됐다. 전쟁발발 당시 중학생이었던 그는 인터뷰 당시 이미 늙은 노인이 돼있었고, 그는 자신의 부모를 무척 그리워하며 눈물짓고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죽은 뒤에야 자신의 부모를 만날 수 있는 인터뷰 속 노인의 운명에 무척 슬펐고, 동시에 가족구성원 모두 심지어 인터뷰 상황 속의 어린아이마저 늙어버린 그의 가족사진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고 한다.

11분 짜리 영상 작품은 작가가 지난해 시리아 난민의 시신이 발견됐던 터키 남부에 위치한 보드룸의 아키알라 해변을 찾아 이 곳의 풍경을 담은 것이다. ‘Scene #. 2017년 12월 4일 아키알라 해변’으로 담았다. 전시실에 들어올 때 스쳐 지나쳤던 방수포 위의 영상이 이 작업이며, 에필로그처럼 영화 속 한 장면을 보여주듯 아키알라 해변의 여러 단편적 장면들을 기억하고 애도한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서부터 바다의 파도소리와 함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운드 작업 ‘보이드’도 역시 아키알라 해변에서 채집한 사운드를 변조하고 편집한 것이다. 이 작업의 아이디어는 그리스 신화 속의 비극적 인물 중 하나인 오르페우스에서 비롯됐다. 특히 지하세계에서 사랑하는 애인의 영혼을 데리고 지상으로 나오려는 오르페우스의 심리적 상황이-공포, 불안, 기대, 희망 등이 복합적으로 일렁이는- 가족과 애인을 죽음의 세계로부터 탈출시키고자 하는 시리아 난민의 마음과 닮았을 것이리라는 착안에서다. 작가는 이들 난민의 그리움을 상상하며, 고독한 동굴 혹은 우주 속 인간 본연의 영원한 기억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유비호의 미술행위는 지금, 여기 삶의 구조와 현상들에 대한 사변을 바탕으로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심과 미적 사유 사이에서 시각적인 구체성과 서사를 드러내는 것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 자신이 설정한 인물로 분(扮)하도록 상황을 설계하는 것이다. 현실을 인간 스스로의 생동 공감으로 확장하려는 이번 전시 ‘영원한 기억’은 낯선 일상에 반응하는 ‘공감’의 기억으로서 우리 자신의 태도들을 환기시켜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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