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종 수

목이 잘린 채

축 늘어진 머리카락으로

빨랫줄에 걸려 있다

언제쯤에나

시린 세상 풀어헤치고

보글보글 거품 개워내며 끓어오를까

새벽 인력시장 꽁탕치고 돌아앉은

다리 밑 식객들의

허기진 창자에 몸풀까

시인은 가톨릭의 사제다. 줄에 걸려 마르고 있는 무청 실가리처럼 무기력하게 세상 변두리에서 가난과 궁핍의 생을 이어가는 실직자들에 대한 연민이 시 전체에 흐르고 있다. 무청 실가리가 웅크리고 배고픈 그들의 허기진 창자를 풀었으면 하는 간절한 사제의 바람이 나타나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