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이 천지원전 1·2호기 건설 지원금 380억원을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일관성 없는 국가정책으로 인한 눈덩이 주민피해가 우려된다.

산업자원부의 요청으로 유권해석을 진행해온 법제처가 16일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건 순서가 잘못됐다. 국가정책에 적극 순응해온 지역민들이 새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변경으로 입게 된 피해부터 먼저 헤아리고 보상대안을 내놓는 것이 맞다.

지난 2월 초부터 2개월 동안 발전소 건설계획이 국가정책변경에 따라 폐지된 경우 해당 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으로 지급한 지원금의 회수 여부를 검토해온 법제처가 “해당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지원금 회수 범위와 관련해서는 “현행 발전소주변지역법의 규정에 따라 집행되지 않은 금액 부분으로 한정됨이 명백하다”고 해석했다.

법제처의 해석이 어떠하든지 간에 이 문제는 기계적인 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지난 7년여 간 원전건설 문제로 영덕군과 지역민들이 감내해온 갈등과 고통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원전건설에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맞춰놓고 갖은 노력을 다해 온 지역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어쩌면 수십 년 동안 그 여파가 미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도대체 영덕군이 뭐를 잘못했나.

국가 에너지사업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한 국민들이 180도 뒤집어버린 새 정권의 정책 때문에 이렇게 무참히 피해를 입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존재이유를 위협하는 국가적 무책임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언제 거꾸로 뒤집혀서 개개인을 망하게 할지도 모를 불투명한 국가사업에 기꺼이 나설 국민이 어디에 있겠나.

‘원전 무산으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이나 피해는 지원금과 별도의 법률이나 정책적인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해석 안에 답이 있다. 정부가 지난 2011년 원전 건설 예정지로 정하고 이듬해 고시한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일대 324만6천657㎡를 국책사업 용도로 활용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

영덕군은 이미 “먼저 정부와 한수원은 천지원전 고시지역 부지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문화관광, 공공산업 등 국책사업의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국가정책이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피치 못할 번복사유가 발생해 정책을 변경해야 할 경우에는 적어도 국가정책에 협조하고 순응해온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먼저 배려하는 것이 옳다. 정부가 영덕군에 대해 지원금 회수에만 집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소탐대실의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