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이미 지급돼도
회수할 수 있어” 유권해석
주민들 재산권 피해 등은
별도 수단 통해 해결해야
지역단체 “집단행동 불사”
탈원전 ‘2차 갈등’ 우려

영덕군이 천지원전 1·2호기 건설 지원금 380억원을 반환<본지 3월 29일자 1면 보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산업자원부의 요청으로 유권해석을 진행해온 법제처가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유권해석을 통보받은 산업자원부는 이를 토대로 지역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환수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하면서 그동안 재산권 피해를 호소해온 영덕군민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돼 ‘탈원전 2차 갈등’이 예상된다.

16일 산업자원부와 영덕군 등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2월 초부터 발전소 건설계획이 국가정책변경에 따라 폐지된 경우 해당 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으로 지급한 지원금의 회수 여부를 두 달여에 걸쳐 검토했다.

최근 법리해석을 마친 법제처는 “발전소 건설계획이 국가정책변경에 따라 영구폐지됐다면 그 건설예정 지역 일대는 더 이상 주변지역에 해당하지 않게 돼 지원금을 지급할 법적 근거와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금이 이미 지급됐더라도 지원사업의 시행자가 이를 적법하게 보유할 권원이 소멸하고, 지원사업의 대상 자체가 사라져 그 목적사업의 수행이 불가능해진 이상 지원사업의 시행자에게 이를 계속 보유하게 할 이유도 상실하게 돼 해당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제처는 원전 무산으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이나 피해는 지원금과 별도의 법률이나 정책적인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지원금의 회수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지원사업의 시행자가 더 이상 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시행해야 할 의무와 필요성이 사라져 해당 지원금이 주민 등의 종전 기대와는 다른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원금 회수 범위와 관련해서는 “현행 발전소주변지역법이 지급한 지원금 중 집행되지 않은 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집행되지 않은 금액 부분으로 한정됨이 명백하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법제처의 통보는 그동안 법적 동의를 구해 지원금 환수의 정당성을 높이려던 산자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원전 무산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금 회수는 법률로 정하는 바가 없었으나, 이번 법제처 유권해석이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덕군은 천지원전 1·2호기 무산으로 발생한 각종 사회적 피해를 수습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원전자율신청특별지원금까지 반환해야하는 악재와 맞닥뜨렸다. 특히 이미 사용한 지원금은 반환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영덕군은 지원받은 380억원을 고스란히 보유하다 그대로 토해내야 하는 억울한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지난 2014∼2015년 3차례에 걸쳐 지원금을 모두 받았지만, 영덕군의회의 제동으로 수년 동안 한 푼도 쓰지 못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380억원은 현재 영덕군 금고(농협) 적금계좌에 예치돼 있다.

지원금을 모두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지역에서는 지원금 집행을 반대했던 영덕군의회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영덕군의회가 ‘원전 신규부지 선정과정에 주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5년도 예산안으로 편성된 지원금 130억원 전액을 삭감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영덕군 관계자는 “정부의 오락가락 원전정책이 영덕군 내분까지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역내 분란을 안타까워했다.

한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한홍(자유한국당)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원전 부지 1천682필지 가운데, 264필지에 대한 보상계약이 완료되는 등 원전이 무산되면서 수습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영덕군 석리 등 6년여 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금전적 피해를 호소하는 원전건설예정지 주민들은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과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영덕군 일부 단체는 집회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찬규기자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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