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증시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싸운다는 것은 서로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누구의 힘이 강할까?

먼저 미국은 달러 패권을 갖고 있으므로 세계 자금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긴장을 조성하거나 미국 금리인상 속도를 높여 자금을 중국에서 빼서 미국으로 환류시키면 빚이 많은 중국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이 중국의 목줄을 얼마든지 조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미국은 그럴 힘이 있다. 그러나 자신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의 반격도 감안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 국채 가운데 18%를 들고 있어 세계 최대 보유국이다. 이를 시장에 내다 팔면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게 되는데 미국 소비자들이 의외로 여기에 취약하다. 가계부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런 충격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또한 중국을 흔들면 세계 금융시장도 흔들린다. 예전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동조화되어 있고, 또 그 동안 자산가격이 별다른 변동성 없이 상승해 왔기 때문에 무분별한 투자도 많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금융기관들도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중국이 더 타격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 승리감을 미국인에게 호소할 수 있지만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날 수 있다.

무역갈등 자체로 보면 시간이 갈수록 미국이 불리해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서 콩, 자동차 등 최종소비재를 수입하는 반면 미국은 중국에서 산업재나 IT관련 부품 등 중간재를 수입한다. 즉 미국 정부가 관세를 통해 중국 제품의 유입은 방어할 수 있지만 저렴한 중국산 부품을 포기하여 미국산 완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게 경쟁력을 뺏길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모두 관세장벽을 친다는 것은 무리다.

또 중국은 어차피 2020년 트럼프 재선 확률이 낮으니 그 때까지만 버티자는 전략으로 갈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타협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의 시장개방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조금씩 시장을 열면서 해외 기업들의 기술을 상납 받아 왔다. 미국은 돈을 내고 기술을 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시장개방 속도를 높여 달라고 부탁한다.

시장개방 요구는 중국이 사회주의의 색깔을 약간 빼서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경제, 즉 자본주의로 무게중심을 조금 옮겨 달라는 주문이다. 그런데 이는 중국이 경제를 소비중심으로 바꾸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중국의 총 저축은 여전히 GDP의 50%나 되는데 그 동안은 이를 기업에 대출해서 투자하게 한 결과 부채규모만 급증했다.

이제는 저축을 소비로 돌려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정부가 사회안전망을 보강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인민들이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을 심어주는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중국이 시장을 개방할수록 미-중간 갈등이 해소되고, 자금이 미국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넘어 와 일을 할 것이다. 즉 투자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한국 증시에도 긍정적이다. 그리고 중국 소비 관련주들이 우리 증시에서도 장기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다. 바이오나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한편 위안화 강세가 수반될 것이므로 중국 주식에 투자해 볼만하다. 단, 중국 주가지수(index)에 투자하는 것은 피하자. 중국은 여전히 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예기치 않게 사고치는 종목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주가지수의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지수보다는 확실한 개별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T, 인공지능, 헬스케어 등 중국 정부가 산업구조를 혁신하려고 지원하는 신 산업 가운데 잉여 현금흐름이 생기고, 경쟁력이 있는 대형업체를 보자. 예를 들면 텐센트, 씨트립(Ctrip) 등을 사 놓고 기다리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