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27일 남북정상회담 의제중 하나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포함하는 방안을 청와대가 검토하면서 지난 해 4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 등장했던 ‘프라이카우프(Freikauf)’가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용어는 독일어로 ‘자유를 산다’는 뜻이다. 통일전 서독이 동독에 있던 정치범들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현금과 현물을 제공했던 전략을 말한다.

독일의 프라이카우프는 1963년 시작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26년간 진행됐다. 서독은 3만3천755명의 정치범과 25만명에 달하는 그들의 가족 송환대가로 동독에 34억6천400만 마르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환율로 4조원이 넘는 돈이다. 그러나 동·서독 정부 차원이 아닌 교회 등 민간이 주도했고, 서독 언론도 사업과정에 대해 철저한 비밀에 부치는데 동의한 상태로 진행됐다.

일명 ‘한반도 프라이카우프’가 실현될 수 있을 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실향민 가족 출신인 문 대통령은 6만명에 달하는 이산가족(상봉신청자) 전원의 상봉을 추진한다는 것이 자신의 대선공약이었다. 그래서 취임 이후 줄곧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해왔다. 지난 해 7월 ‘베를린 선언’에서 고향 방문단 형식의 상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거절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0월 20차 행사를 끝으로 3년간 중단됐다. 현재 등록된 이산가족 신청자는 13만여명으로 이중 생존자는 6만명이 되지 않는다. 생존자중 64.5%는 80세이상의 고령자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한반도 프라이카우프’란 표현은 사라졌다. 대신 “국군포로·남북자 문제는 송환을 포함해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추상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아마 문 대통령 취임후에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퍼주기 논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분단으로 빚어진 민족의 비원인 ‘이산가족 상봉’이 어떤 방식으로든 하루속히 이뤄지길 기원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