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영화 ‘당신의 부탁’서 첫 엄마 역할 도전
“장르의 국한 없이 다양한 연기 도전하고 싶어”

배우 임수정(38)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엄마 역할에 도전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당신의 부탁’(이동은 감독)에서 사고로 남편을 잃고 홀로 공부방을 꾸리며 살아가는 32살 효진역을 맡았다.

그의 일상에 다시 한 번 균열이 찾아온 건 죽은 남편과 전처 사이에서 난 16살 아들 종욱(윤찬영)이 나타나면서부터. 효진은 시동생의 부탁을 받고 종욱을 아들로 받아들인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남편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11일 서울 명동 CGV 라이브러리에서 만난 임수정은 “효진이 종욱을 아들로 받아들이는 대목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효진은 남편을 잃은 뒤 2년간 우울해 하고 외롭고 무료한 일상을 보냈죠. 그런 효진의 심리나 감정 상태가 큰 결심을 쉽게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임수정은 영화 속 효진처럼 조곤조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극 중 효진도 친정엄마와 싸울 때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톤을 높이지 않는다. 사춘기 아들과 지지고 볶고 싸울 법도 한데, 덤덤하다.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가 담백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수정은 “효진의 입장에서는 종욱에게 어차피 진짜 엄마가 될 수 없으므로 억지로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래서 너무 무겁지 않게 접근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두 사람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묶어놓는 것은 ‘법적 모자 관계’라는 테두리 이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이다. 각각 남편과 아빠를 잃은 두 사람은 서먹하게 지내다가 조금씩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간다.

임수정은 이 작품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지금도 1인 가족, 다문화가족, 입양가족, 재혼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사회 인식은 혈연관계에 국한해 가족을 생각하죠. 이 영화를 계기로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수정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제가 엄마가 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또 언제 결혼해서 언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여성으로서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면서 “엄마가 되더라도 저희 엄마처럼 가정과 자식에 헌신하는 엄마는 못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동반자가 생기면 결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드라마 ‘학교 시즌4’로 데뷔한 임수정은 올해 17년 차 베테랑 배우다.

영화 ‘장화, 홍련’ ‘각설탕’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행복’ ‘전우치' ‘김종욱 찾기’ ‘내 아내의 모든 것’까지 상업영화와 저예산독립영화를 아우르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충무로에선 티켓 파워와 연기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여배우로 꼽힌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장르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제 나름대로 장르에 국한되지 않게 도전해왔는데, 저를 떠올릴 때 로맨스 장르를 생각해준다면 여배우로서는 반가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드라마의 경우 그동안 작업환경에 잘 적응 못 한 측면이 있어서 출연을 많이 안 했는데, 지난해 ‘시카고 타자기’ 이후 드라마도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임수정은 요즘에는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푹 빠져있다며 주연배우 손예진·정해인의 연기를 극찬했다.

올해 38살의 임수정은 아직도 ‘동안 미녀’라는 수식어를 듣는다. 임수정은 “누가 저더러 ‘어려 보이세요’ ‘동안이세요.’ 하면 부끄럽고 오글거린다”면서 “무척 감사하지만, 저는 제 나이에 맞게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수정은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이다. 동물 단백질에 알레르기가 있어 채식에 관심을 끌게 됐고, 3년 전부터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임수정은 “기회가 된다면 채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거나 연출, 출연해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