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 진

팔다 남은 신발을 싣고

정선장 나간 신랑의 트럭은 지금쯤 고개를 넘고 있겠지

먼지를 털며 일어나는 황톳길

돌만 앙상한 개울을 건너 달도 없는 휘청휘청한 길로

구겨진 천원짜리처럼 돌아오고 있겠지

아이의 숨소리, 산을 성성 넘는 바람

하루 종일 심심하던 아이의 꿈속에도

아빠의 낡은 자동차는 돌아오고 있겠지

별빛 흩어진 빈 길을 달려

옛집 가듯

옛집 가듯

어둠의 틈을 열며 달려오고 있겠지

차를 몰고 행상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을 옮겨 적은 느낌을 주는 시다. 아빠를 기다리며 고이 잠든 아이들과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는 가난과 결핍의 옛집 속에 있지만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옛집에 있지 않다. 어둠의 틈을 열며 행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