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2·28, 4·3, 4·19, 5·18, 6·10, 6·25”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념과 관련된 국가 기념일인 동시에 현 대통령이 언론 앞에서 눈물을 흘린, 또 흘릴 날들이다. 최근에 대통령이 눈물을 흘린 기념일은 4·3이었다. 4·3 기념행사 후 언론은 다음과 같은 기사로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국가폭력 사과, 완전한 해결·배상 약속” 이와 비슷한 기사가 나올 다음 행사는 5·18일 것이다. 왜냐하면 현 대통령의 이념과 일치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진화론의 내용을 빌리면 인류는 이분법으로 분열하는 아메바의 후손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늘 이분법 속에 갇혀 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념이다. 이념은 다음과 같이 분열한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사회주의, 보수와 진보! 이념은 청개구리를 닮았다. 그래서 항상 서로의 반대방향을 향해 튄다. 이념은 맞고 틀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념이 진영(陣營)이 되는 순간 정오(正誤)가 된다. 특히 정치에서는 이런 현상이 심하다. 대통령은 물론 정치인들은 그 자리에 올라가기 전에는 이념을 아우르는 통 큰 정치, 즉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다닌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화장실 들어가기 전의 마음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자리에 올랐을 때는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우리는 지금 똑똑히 보고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같다면 우리나라는 이념으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고 통 크게 발전할 것이다.

많은 말들 중에 이 나라 정치와 절대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말로는 변화, 혁신, 창조, 발전 등과 같은 말이다. 이 말들은 대통령은 물론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이 말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삶을 산다. 그리고 위에 열거한 말들 이 외에 꼭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상생(相生)”이다.

한 때 상생이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일 때가 있었다. 그 길이 이 나라가 살 길이라고 촛불만 있는 광장을 벗어나 전국에서 노래를 부르던 때가 있었다. 그것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호미곶에 상생의 손을 세웠다. 그 때는 그나마 우리 사회에 정치 어른들이 있었다. 그래서 국가적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들이 나라의 중심을 잡아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을 씻고 봐도 정치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나라가 풍전등화처럼 요동치고 있다. 정치 어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통 큰 정치였다. 비록 추구하는 바는 달랐으나 그들은 절대 그것을 틀렸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거국적인 차원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접점들이 모여 지금 이 나라가 이만큼까지라도 왔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엔 나라의 중심을 잡아줄 정치 어른이 없다. 정치 어른 대신 사리사욕(私利私慾)을 넘어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눈이 먼 유치찬란한 정치 패거리밖에 없다. 그러니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다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한다, 틀렸으니까 바로잡아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틀린 것들은 무조건 폐기하고 새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그것이 더 큰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인다. 지금 이 나라 교육부가 대표적이다. 차관 전화 한 통화이면 대학 입식 정책이 요동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지난 주 언론들은 평양공연을 추켜세우는데 열을 올렸다. 필자는 그 장면을 보고 끓어오르는 화를 다스리느라 애를 먹었다. 이 나라 정부사람들이 국가 폭력의 원흉(元兇)이라고 할 수 있는 북쪽의 젊은 지도자 앞에서 다소곳하게 두 손을 모으고 그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이란 참 가관이었다. 그래서 말한다, 쇼도 좋지만 역사 계기교육 차원에서 내친김에 민족 아픔의 시발점인 6·25에 대한 진상조사와 사과까지 받아 낼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