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최다승·두 번째 FA 앞둔 ‘FA 모범생’ 윤성환
‘롱런의 비결’ 자기 관리… “베테랑 투수 기준점 만들고파”

“윤성환처럼 던져라.”

김진욱(58) kt wiz 감독, 염경엽(50) SK 와이번스 단장 등 많은 지도자가 젊은 투수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이젠 양창섭(19·삼성 라이온즈) 등 젊은 투수들이 먼저 “윤성환 선배를 닮고 싶다”고 한다.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싶다”는 윤성환(37)은 그 목표를 이뤘다.

윤성환이 주목받은 건, 공격적인 투구와 꾸준한 기록 덕이다.

시속 140㎞ 초반의 빠르지 않은 직구를 던지는 윤성환은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섞어 ‘빠르게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고 대담한 승부를 펼친다.

시간과 기록이 쌓이면서 윤성환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윤성환은 “앞으로도 계속, 꾸준하게 던지고 싶다”고 했다.

의미 있는 기록도 눈앞에 뒀다. 2004년 삼성에 입단해 한 팀에서만 뛴 윤성환은개인 통산 123승을 거뒀다.

배영수(37·한화 이글스)가 삼성에서 만든 ‘프랜차이즈 최다’ 124승에 1승 차로다가섰다. 곧 ‘삼성 투수 최다승’ 기록의 주인은 윤성환으로 바뀐다.

윤성환은 “그 기록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다만 삼성에서 꾸준히 던진 걸 증명하는 기록이라 기분은 좋다. 4월 중에는 넘어서고 싶다”고 했다.

2004년과 2007년 구원투수로 뛰던 윤성환은 2008년 선발로 전환했다.

이후 윤성환은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게 승수를 쌓았다. 2008년부터 2018년 4월 9일까지, KBO리그 다승(116승), 이닝(1천541) 1위는 단연 윤성환이다. 이 기간 승리 2위 양현종(KIA 타이거즈, 108승), 이닝 2위 송승준(롯데 자이언츠, 1천420⅔)을 앞선다.

이런 투수도 2015년 시즌 시작 전 열린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나이가 많아 4년 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 “선발 FA는 실패 사례가 많다”는 벽과 마주했다.

윤성환은 “다행히 2014년 FA 계약을 한 장원삼이 그해(11승 5패 평균자책점 4.11)에도 잘 던졌다. 원삼이 덕에 나도 좋은 계약을 했다”고 떠올렸다. 윤성환은 2015시즌을 앞두고 4년 80억원에 삼성과 4년짜리 FA 계약을 했다.

계약을 마치고 윤성환은 FA를 앞둔 당시 팀 후배 차우찬(현 LG 트윈스)에게 “내가 꾸준히 잘 던져서, FA 투수에 대한 편견을 깨겠다”고 약속했다. 차우찬은 2017시즌 전에 LG와 4년 95억원에 계약했다.

윤성환은 “우찬이도 장원준(두산 베어스)과 내 덕을 본 게 아닐까”라고 웃었다.

FA 계약 기간에도 윤성환은 꾸준했다. 계약 첫해인 2015년 개인 최다인 194이닝을 소화했고, 2016년(180이닝)과 2017년(174⅓이닝)에도 170이닝을 넘겼다. 윤성환은 2013년부터 5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지고 있다.

모두가 윤성환은 ‘FA 모범생’이라고 부른다. 윤성환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89경기에 등판해 41승 27패 평균자책점 4.17로 활약했다. 이 기간 다승과 평균자책점은 모두 5위다.

‘롱런’의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윤성환은 탄산음료를 전혀 마시지 않는다. 밀가루 음식은 피하고, 탄수화물도 조절한다. 훈련량과 집중도는 여전히 후배들도놀랄 정도다.

윤성환은 “나이가 들면서 몸 관리를 더 신경 쓴다. 훈련과 식단 조절로 체중 변화를 3㎏ 내로 유지한다”고 했다.

배우려는 열정도 윤성환의 무기다. 윤성환은 “국내외 좋은 투수들의 야구 영상을 보면 얻는 게 많다. 후배들에게도 직접 묻고 배울 때가 있다. 후배에게 배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젊은 투수들의 롤 모델이 된 윤성환은 다시 ‘베테랑 투수’를 위해 기준점을 만들려고 한다.

윤성환은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더 젊게”를 외치는 최근 분위기에서 30대 후반의 FA 투수는 4년 전보다 더 두껍고 높은 벽을 마주할 수 있다.

윤성환은 “4년 전에도 ‘나이가 많다’는 얘길 들었다. 당연히 더 부정적인 시선이 있을 것”이라며 “베테랑 투수도 꾸준하게, 잘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내가 해내면 후배 투수들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성환은 여전히 KBO리그 최상위권 선발로 평가받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