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공방 -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 꿈틀로’ 탐방
<5> ‘포슬린 바이 귀정’ 이귀정 작가

▲ ‘포슬린 바이 귀정’의 이귀정 작가.
▲ ‘포슬린 바이 귀정’의 이귀정 작가.

꿈틀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어디일까? 꿈틀로를 거닐던 사람들이 이곳 앞에 서면 두리번거리게 된다. 다양하고 화려한 자기가 행인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포항을 대표하는 중국음식점 부산각이 있던 자리에 산뜻하게 새로 들어선 포슬린 바이 귀정(Porcelain by Kwijeong)이 바로 그곳이다.

포슬린 아트는 유약으로 처리된 백자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 장르다. 아직 낯선 분야이지만 그 세계를 접하면 금세 흥미를 갖게 되는 매력적인 생활예술이다. 초벌로 구워진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는 세라믹 아트와 달리 포슬린 아트는 유약 처리된 백자에 특수 안료와 오일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한 번에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고, 혹시 실수를 하더라도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감상용은 물론 식기 등 생활용품으로 널리 쓰이고, 유럽과 미국·중국·일본에서는 인기가 꽤 높다. 페인팅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수강생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포슬린 바이 귀정의 이귀정 대표는 2008년 포슬린 아트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 멀티미디어를 전공한 후 웹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포슬린 아트를 만나게 됐다.

“퇴근길에 한 가게 진열대에 전시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자기에 마음이 끌렸지요. 그 너머 무언가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무엇을 하는 곳일까 궁금증을 안고 귀가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궁금증이 커졌어요. 다음 날 그 가게를 찾아갔는데, 포슬린을 만드는 공방이더군요.”

이 대표의 어린 시절 집 마당에는 할머니가 가꾸던 고운 꽃들이 사계절 내내 피어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마당의 꽃들은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포슬린에 그린 꽃들은 시간이 지나도 시들지 않고, 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때로 꽃들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 대표가 포슬린에 매료된 이유이다.

포슬린 아트는 1~4단계에 걸쳐 그림을 그리고 가마에 굽는다. 그런 과정을 통해 깊이 있고 섬세한 포슬린이 탄생한다.

▲ 이귀정 작가의 작품.
▲ 이귀정 작가의 작품.

“대량으로 생산되는 똑같은 그릇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개성적인 작품을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포슬린 아트의 큰 매력이지요.”

결국 포슬린에는 작가의 삶이 담기게 된다. 이 대표는 수강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접시 하나하나에 각자의 이야기가 담기게 된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통해 작업을 하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러운 소통과 힐링이 이어지게 된다.

이 대표는 요즘 노인의 얼굴을 작품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인생의 깊이가 서려 있는 노인의 주름진 얼굴을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의 깊이를 확보하고 싶은 것이다. 포슬린 아트에서 고난도 분야로 통하는 장미의 세계를 다뤄보기 위해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13년 이 대표가 참가했던 국제포슬린컨벤션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했다. 42개국에서 출품된 400여 점의 작품 중 13점에게 상이 주어졌는데, 이 대표의 작품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대표는 2020년 개최 예정인 포슬린페인팅 국제컨벤션 참가와 국제자격증 취득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꿈틀로에 함께 입주한 포담갤러리와 협업을 통해 포슬린 페인터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꿈틀로에서 자신의 꿈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됐다는 이귀정 대표. 포슬린 아트의 대중화와 국제화에 여념이 없는 그가 어떤 결실을 거두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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